‘배달 대란’ 수수료 인상, 정말 코로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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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6일 0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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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가 입주한 건물. © News1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가 입주한 건물. © News1
서울의 일부 배달대행업체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자마자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회를 틈타 때 아닌 호황을 누리면서도 매출에 직격탄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수수료 부담을 떠안긴다는 이유에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논란이 된 건 국내 배달대행업계 1위 ‘생각대로’와 계약을 맺고 이들의 배달 주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업체들이다. 업계에선 이 업체들을 배달대행업체 ‘지사’라고 부른다.

거리두기 2.5계가 실시된 지난달 30일 생각대로 노원지사가 배달 건당 수수료를 30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지난 1일 동대문지사의 기본 수수료가 44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송파지사와 서초지사도 같은 날 기본 수수료 3500원에서 4000원으로 상향했다.

◇배달업계 마지막 사슬 ‘배달대행업체 지사’

배달업계는 크게 Δ배달 플랫폼 업체 Δ배달대행업체 본사 Δ배달대행업체 지사로 나뉜다. 이밖에 직접 배달원을 고용하는 음식점도 있다.

배달 플랫폼 업체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반으로 음식점-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해주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을 말한다. 이 업체들은 앱을 통해 받는 전체 주문 건수 중 미미하긴 하지만(5% 내외) 직접 라이더를 고용하거나 라이더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맺어 배달 서비스를 하는 ‘배민 라이더스’, ‘요기요 플러스’를 운영하기도 한다. 최근 ‘배달통’을 제치고 배달앱 3강으로 떠오른 ‘쿠팡이츠’의 경우 플랫폼 사업은 하지 않고 직접 배달 서비스만 한다.

배달 플랫폼 업체인 배민과 요기요는 이번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에 따른 수수료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요기요 플러스의 경우 지난 7월 말 서초·강남 일대 배달비용을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렸으나 음식점이 아닌 요기요 측에서 100% 부담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본사는 다시 배달 플랫폼 업체-배달대행업체 지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생각대로와 ‘바로고’, ‘부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배달 플랫폼을 통해 들어온 배달을 배달대행업체 지사가 받아 실제 배달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지사로부터 건당 평균 100원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마지막 사슬인 배달대행업체 지사는 본사의 운영 프로그램이나 수수료를 따져 계약을 맺을 회사를 선택한다. 수수료는 배달대행업체 직영 지사가 아닌 이상 통상 지사가 결정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수수료 인상 역시 각 지사 방침이다.

◇ 배달업계 “쿠팡 엎친데 코로나 덮쳐…적자 눈덩이”

전례 없는 거리두기 2단계 조치로 외식업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나온 배달 수수료 인상 이슈에 자영업자와 소비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 배달업계만 폭죽을 터뜨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배달업계에선 이번 수수료 인상은 코로나19와 쿠팡이츠의 과도한 배달 수수료 책정에 따른 ‘라이더 가뭄’ 현상이 맞물렸기 때문이며 “배달대행업체도 적자를 떠안으며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통상 배달 수수료가 3000원~4000원이던 상황에서 쿠팡이츠는 라이더들에게 프로모션, 즉 ‘웃돈’을 얹어주며 날씨와 거리에 따라 5000원~2만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인 쿠팡이츠가 이처럼 공격적 라이더 모집에 나서면서 배달대행업체는 ‘귀하신 몸’이 된 라이더 모시기에 애써왔으나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더이상 기존 배달 수수료로는 늘어나는 수요(배달)를 공급(라이더)이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배달앱 업계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지난달 29~30일 주문 건수는 전주(22~23일) 대비 8.8% 증가했다. 배달대행업체 바로고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달 23일 55만2000건, 거리두기 2.5단계를 시작한 지난달 30일 57만5000건으로 연이어 배달건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7월 마지막 주 일요일(45만7000건)보다 25.8% 증가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와 수수료 차이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고 지원했던 오토바이 임대료 정도로는 유인책이 되지 않는다”며 “특히 배달 주문이 몰리는 강남 지역에서 쿠팡이츠가 라이더를 싹쓸이해가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2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업무는 생각보다 초보자들이 진입하기 쉽지 않고 이탈률도 높다”며 “기본적으로 개인 장비를 구비하거나 리스(임대)라도 해야하고, (활동하는) 동네에 오래 살았다고 해도 물건을 픽업해서 동선을 짜야한다”고 했다.

배달 수수료가 정상화 과정에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업체를 7년 동안 운영했는데 그때와 비교해도 지금 수수료가 몇백 원 차이가 안 난다”며 “최저임금 등 다른 산업군 임금이 계속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것이 사실이고 기본 수수료가 최소 40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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