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원금 보장’ 뉴딜 펀드, 내년 출시…‘세금으로 손실 보전’ 비판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일 2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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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3/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9.3/뉴스1 © News1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할 원금보장 성격의 정부주도 펀드가 내년에 출시된다. 2025년까지 160조 원을 쏟아 부을 뉴딜 사업에 시중 유동성을 끌어들여 재정부담도 덜고 사업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세금으로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비판과 함께 펀드 투자처가 될 기업과 사업의 실체가 모호해 과거 관제펀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이 국민 돈을 모아 중장기 사업을 벌여 놓으면 차기 정권이 뒷감당을 해야 하거나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세금으로 원금보장하는 20조 원 펀드
정부는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20조 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조성 계획을 공개했다. 이들 펀드는 수소충전소, 데이터센터, 태양광 발전시설, 스마트 상하수도 설비와 뉴딜 관련 기업에 투자된다.

문 대통령은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을 통해 단일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문에서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시킨다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라고 했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KDB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이 5년간 각각 3조 원과 4조 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13조 원을 조달해 20조 원으로 조성한다. 이를 기반으로 자(子)펀드를 만들어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 위험을 먼저 떠안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투자분 3조 원 중 2조 원 만큼은 손실이 생기면 반드시 보장하고 나머지 손실을 정책금융이 맡는 식”이라고 했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에 직접 투자하는 식이다. 기존에 있는 580여 개 인프라펀드 가운데 뉴딜 관련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세제 혜택을 줘 육성할 계획이다. 투자금 2억 원 한도로 배당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퇴직연금도 원금 보장이 가능한 선에서 뉴딜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회사가 직접 뉴딜 관련 투자처를 발굴해 만드는 ‘민간 뉴딜펀드’가 활성화되도록 정부는 ‘현장애로 해소 지원단’을 만들어 관련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뉴딜 기업과 업종으로 구성된 ‘뉴딜지수’를 개발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상품도 선보인다.

● 뉴딜 기업 기준도 없는데 “투자 폭 넓게 허용”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것”, “국고채 이자(0.92~1.54%)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투자대상도 ‘뉴딜 프로젝트’와 ‘뉴딜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및 대출 등 폭 넓게 허용한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가 소개한 사업들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현 정권 임기가 2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관리가 가능하겠냐는 시각이 있다. 더욱이 사업성 좋은 프로젝트라면 시장에서 알아서 투자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 계획대로 수익률이 나올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다. 실제로 기존 정부 사업을 뉴딜 사업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가 예로 든 수소충전소는 2022년까지 전국 310곳 설치를 목표로 하는 국가 프로젝트였다.

펀드가 투자하는 뉴딜 기업이 과연 어떤 기업이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뉴딜 기업의 기준이 없다. 상장기업은 그나마 나은데 비상장사는 뉴딜 기업으로 분류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과거 닷컴버블 때 회사명에 ’닷컴‘이라는 이름만 붙여도 투자금이 몰렸던 것과 유사한 사례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누가 집권하더라도 누구나 동의할 만한 사업을 투자 대상으로 해야 하는데 이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장윤정기자 yunj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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