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인상 압박 먹혔나…7월 법인 아파트 처분 전월比 33.7% ↑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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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법인이 아파트를 처분한 건수가 전월보다 33.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법인을 겨냥해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하자 현금이 불충분한 법인들이 세금을 피하려 매물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서울보다는 지방 위주로 법인 매물이 나와 법인 매물이 전체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법인의 아파트 처분 건수는 총 8278건으로 6월(6193건)에 비해 33.7% 증가했다. 법인의 아파트 매도 건수는 올해 1~5월 3000~4000건대를 유지하다 6월부터 급증해 지난달 올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법인이 내다 판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8.1%로 전월(6%)보다 늘었다. ‘패닉바잉’으로 전체 거래가 늘었지만 법인의 매도 건수 증가세가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법인의 매수세도 크게 꺾였다. 지난달 법인이 새로 사들인 아파트는 4330건으로 6월(8100건)의 절반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법인을 겨냥한 정부의 세금 인상 압박이 먹혀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가 법인을 세워 주택 수를 분산하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보니 최근 집값 상승기에 법인을 통한 매수가 급증했다. 정부는 이에 ‘6·17부동산대책’에서 갭투자와 함께 법인 매수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인상하고, 종부세 공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6월부터 법인은 종부세 최고세율(6%)을 일괄 적용받고 6억 원 공제도 받지 못해 종부세가 급증하게 된다.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도 늘어난다. 지금은 기본세율(10~25%)에 10%포인트를 추가해 양도소득세를 매겼지만 내년 1월부터는 20%포인트를 추가로 과세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그동안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은 종부세 공제 혜택을 받았지만 내년부턴 공제가 폐지돼 현금이 충분하지 않은 법인들은 버티기 어려워졌다”며 “다만 법인 매물이 풀려도 서울 등 인기 지역의 집값이 하락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인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서울 등 인기지역의 ‘똘똘한 한 채’를 최대한 보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법인의 아파트 매도가 급증한 지역은 주로 지방이었다. 지난달 서울의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법인의 매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반면 전남(31.8%), 경남(12.3%), 충북(12.2%), 제주(11.6%) 등에선 그 비율이 10%를 넘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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