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째 0%대 근원물가…먹거리 가격만 오른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4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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低성장세 속에 코로나19+저유가 요인
"재난지원금 효과도 물가 영향 제한적"
저물가 현상 지속…물가 상승 압력 약해

지난달에도 0%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속됐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는 17개월째 0%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경제 성장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3%를 기록했다. 5월(-0.3%) 사상 두 번째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6월(0.0%)에는 보합, 지난달 들어서야 석 달 만에 제대로 된 플러스(+)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OECD 비교 기준으로 쓰이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4% 상승에 그쳤다.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이 지수는 작년 2월(1.1% 상승)을 끝으로 1년5개월째 0%대에 머물러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역시 0.7%를 기록, 작년 7월(1.0%) 이후 1년째 0%대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우리의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0.2%)는 그리스(-1.0%), 스위스(-0.8%), 이스라엘(-0.5%), 에스토니아(-0.4%), 포르투갈(0.2%) 등에 이은 하위 6번째다. OECD 전체 평균은 1.6%다.

이처럼 국내에서 저물가 현상이 오래 관찰되는 데에는 저유가와 정부 복지정책 확대 등의 요인이 있다. 지난달에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경유(-13.8%), 휘발유(-8.6%), 등유(-14.6%) 등 석유류가 10.2%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44%포인트(p) 끌어내렸다.

지난달에는 국제유가와 함께 도시가스비(-10.4%)도 인하하면서 전기·수도·가스 가격은 4.5% 하락했다. 정부의 교육 분야 정책 지원에 따라 고등학교납입금(-67.9%) 등 공공서비스 가격도 1.9% 하락했다.

수요측면의 상승 압력도 여전히 약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의 효과도 물가를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돼지고기(14.3%), 국산쇠고기(9.8%) 등 ‘집밥’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부 품목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외식 물가 상승률이 0.6%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외출·외식 자제 분위기의 충격파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예년의 경우 외식가격 상승이 2~3%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재난지원금의) 영향은 있었지만 제한적이었지 않았나한다”고 밝혔다.

향후에도 저물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장마 영향으로 배추(35.7%), 양파(39.9%), 상추(35.9%) 등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뛰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매월 변동폭이 큰 먹거리 물가만 오르내릴 뿐 전체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약하다는 평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큰 틀에서의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앞으로도 농수산물 가격이나 유가가 물가상승세를 좌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시적으로 체감물가 중심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나타날 수는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저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작년(0.4%)보다 낮아진 0.3%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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