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정부 대책에도 속앓이…“전례없는 위기서 유동성 지원 절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19일 14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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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항공사, 19일 해외 항공사 지원 사례 공유
"국토부 등에 경영자금 지원 건의안 제출할 것"
착륙료 감면·정류료 면제 등 대책 발표했지만
"유동성 지원 없이 위기 극복 어려워" 입모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에 긴급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항공업계는 가장 절실한 유동성 지원책 없이는 사태 극복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착륙료 감면, 시설사용료 납부유예 등 현재까지의 지원책을 넘어서 더욱 과감하고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 항공사는 회의를 열고 해외 정부의 항공사 지원 사례를 공유하고, 정부에 건의할 내용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들 항공사는 ▲항공사 채권 발행 시 정부의 지급 보증 요청 ▲국토부의 항공 분야 긴급지원 자금 규모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한국항공협회 차원에서 건의문을 제출할 예정이나, 시기나 방법은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항공업계가 추가 지원책 건의를 위해 머리를 맞댄 이유는 현재까지 나온 정부 대책이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항공사 자체 신용만으로 채권 발행을 통한 경영 자금 조달은 불가능하며, 정부의 추가적인 금융 지원이 필수라고 판단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항공기 착륙료 감면을 즉시 시행하고, 감면 폭도 20%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항공기 정류료도 3~5월 전액 면제하고 운항이 중단된 공항 상업시설의 임대료는 운행 재개 시까지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미사용 운수권·슬롯 회수도 전면 유예하기로 했다.

앞서 KDB산업은행은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에 4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지난달 17일 정부가 LCC에 대해 최대 3000억원의 금융지원을 발표함에 따라, 티웨이항공에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했다. 또한 에어서울, 에어부산에 대해서는 아시아나항공 등을 통해 각각 200억원, 140억원 지원을 마쳤다.

산은은 해당 LCC에 대한 추가 지원 및 다른 LCC에 대한 자금 지원 요청에 대해서도 심사절차를 거쳐 최대한 신속히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항공업계는 이 같은 지원책 외에 추가적인 지원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과감한 현금 유동성 지원 없이는 길어지는 이번 사태 극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항공사 사장들이 지난달 국토부 장관 간담회에서 요청한 내용 중 일부가 포함된 것”이라며 “고사위기에 직면한 항공업계의 생존을 위해서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항공사들은 현재 LCC에만 적용되는 ‘사업용 항공기 지방세(취득세, 재산세) 면제’가 대형항공사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항공기 취득 및 부품 관세 면세액의 20%에 대해 부과되는 농특세에 대해서도 한시적 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의 지방세 납부액은 573억원, 농특세 납부액은 203억원 규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책 이후에도 긴급 자금지원의 규모와 대상 확대, 지방세 감면 등 후속조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공업계는 현재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화권 위주로 감소하던 항공여객은 호주, 스페인 등 선진국까지 운항중단(21개국 셧다운)이 확산됨에 따라 3월 둘째주 기준으로 전년 대비 약 91.7% 감소한 상태다.

모든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곳은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 총 5곳이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이미 코로나19 이전 주간 운항횟수 920회의 80% 이상을 중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를 띄울 곳이 없으니 ‘버티기’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어 파산 위기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업체 CAPA는 최근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5월까지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사가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 2000억달러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ATA의 수석 경제학자 브라이언 피어스(Brian Pearce)는 “많은 항공사들이 현금이 부족하며, 75%의 항공사는 3개월 이상 고정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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