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우려에 얼어붙은 소비…신용카드 사용액 한달새 절반 수준 ↓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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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주년 3.1절인 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1)
제101주년 3.1절인 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뉴스1)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 씨(28·여)는 지난달 지출이 1월보다 약 30만 원 가량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결정했고, 휴일에도 가능한 한 외출을 자제하면서 돈 쓸 일이 줄어든 것이다.

정 씨는 평소 한 달에 약 100만 원 가량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주 2회 정도 출퇴근길에 택시를 탔고, 점심 및 저녁식사는 대부분 밖에서 해결했다. 주 2회 필라테스 학원에 갔고, 주말에는 남자친구와 쇼핑을 하고 각종 영화나 공연 등을 보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활동들이 중단되거나 줄어들었다. 필라테스 학원은 휴원했고, 지난달 말 가려던 친구들과의 제주도 여행도 취소됐다. 2주 째 남자친구도 만나지 않고 있다. 생필품 외에는 옷이나 신발 등에 대한 구매도 미루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액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사용액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3일까지 개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28조2146억 원으로, 1월 한 달 승인액(51조3364억 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1월에 설 연휴가 있어 소비가 많았던 점, 아직 2월 전체 사용액이 집계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도 감소세가 확연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62·여) 역시 최근 씀씀이가 크게 줄었다. 평소 1주일에 1번 이상은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곤 했지만, 최근에는 발길을 끊었다. 대신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했다. 부부동반으로 국내 여행을 가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A 씨도 이 같은 소비 위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숙소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지난달에는 예약이 단 1건에 그쳤다. 인건비 등 유지비 부담이 커지자 A 씨는 당분간 휴업을 결정했다.

유통업계에는 소비자 방문이 크게 줄고 임시 휴점이 반복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각각 약 2조8600억 원, 2조2800억 원, 2조996억 원 가량이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의 판매금액은 올해 1월엔 각각 2조5500억 원, 2조247억 원, 2조604억 원으로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이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이기 힘든 만큼 2월 매출은 각각 1조 원 대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 될지 몰라 매입 물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며 “화장품 판매사와 제조사, 협력사까지 도미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월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백화점은 10%, 대형마트는 12%씩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타격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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