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정안이 경영개입 위험 더 키워… 국민연금 주주권 지침 전면 재검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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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경제단체 공동성명

국내 6개 경제단체가 22일 공동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확정하려 하자 재계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달 29일 의결이 연기됐고, 이후에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복지부가 원안보다 더 노동계와 시민단체 쪽에 기울어진 안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이날 재계 및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복지부의 가이드라인 수정안에는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 단계별 추진 기간’을 현행 1년보다 더 단축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초안은 1년에 한 번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정안은 임시 주총을 수시로 열어 이사 해임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가 요구한 ‘경영 개입의 구체적 기준’은 수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이른바 ‘나쁜 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제안으로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이사 해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횡령, 배임 등의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사에 대해서는 형이 확정되지 않아도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국민연금 투자 기업 716곳 중 지분 5% 이상 보유 기업은 38.1%(273곳)이다. 이들 기업 중 ‘나쁜 기업’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경영 개입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가이드라인 수정안에 ‘(국민연금이 경영 개입을 판단할 때) 기업의 여건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예시를 통해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적시됐지만, 수정안에선 예시는 삭제되고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적절한 주주 제안’으로 모호하게 서술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예시를 없앴다고 경영계는 보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 개입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져 ‘기업 길들이기’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연금 주주권#경제단체#경영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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