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아직 때 아냐” 일축했지만…커지는 금리인하론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31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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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아직 금리를 내릴 때’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부진한 경기지표로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금융통화위원의 소수의견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통위 전체회의에서 조동철 위원은 “연 1.75%의 금리를 0.25%p 내려야 한다”는 인하 소수의견을 냈다.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건 지난 2016년 4월 하성근 전 위원이 낸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나머지 위원들이 전부 금리동결을 선택했지만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이후 6개월간 유지된 ‘만장일치 동결’ 기조는 깨지게 된 셈이다.

통상 소수의견은 향후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춰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10년물, 3년물을 비롯한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기준금리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출 반등 시점이 뒤로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국내 수출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7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4분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은 금리인하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날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해 보면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만한 상황이 아직 아니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또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기 때문에 금통위 전체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 같은 인식은 경기반등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수출과 투자 부진세가 하반기 점차 회복되고 0%대의 물가상승률도 1% 중후반대로 올라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총재도 “디플레이션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여러 불확실성 요인이 악화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본다”며 과도한 경기 둔화 우려를 경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금리인하가 당장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2분기 성장과 물가 지표, 가계부채 증가 둔화 흐름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결국 불확실성에 휩싸인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흐름 등이 앞으로 국내 경제 성장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가 통화정책방향 변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이 통화정책 변경의 시그널이긴 하지만 2분기 성장률 확인 이후에나 변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상당한 불확실성 요인임은 분명하지만 연내 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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