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 종주국인 한국… 고려인삼의 화려한 부활 기대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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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우리나라에서 인삼커피가 출시되었다. 임오군란 이후 커피문화가 막 자리를 잡던 100년 전의 이야기다. 서양에서 왔다하여 양탕국(洋湯麴)이라 불리던 커피에 인삼을 넣다니,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바로 인삼재배와 홍삼제조업 등을 경영해 온 개성상인들이다. ‘정력증진 인삼커피’라고 적힌 홍보 포스터까지 제작했으니 국민 기호를 맞추기 위한 노력도 엿보인다. 인삼커피의 성공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인삼재배와 수출로 쌓은 자본을 새로운 생산에 적극 투자하여, 국내 인삼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불어넣는 시도를 통해 ‘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진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다.

인삼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 품목이다. 2015년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2017년부터는 성장세를 회복하고 있다. 2018년 인삼 수출은 지난해보다 18.5% 증가해 1억8800만 달러를 달성했고, 2019년에는 2억 달러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수출시장은 역시 중화권이다. 중국, 홍콩, 대만 등에서는 홍삼 제품이 지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인삼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일본,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 수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도 수출 성장세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란에서는 2017년도에 전년대비 수출규모가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란시장 공략 성공의 결정적인 원인은 철저한 사전조사 진행으로 현지 기호에 맞는 제품 중심 홍보를 통해 ‘인삼=건강’이라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이런 수출시장의 확장은 인삼업계의 다각적인 노력과 정책적 뒷받침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세계 시장에서의 탄탄대로를 장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인삼 브랜드인 고려인삼, 이른바 ‘코리안 진생’을 향한 끊임없는 견제와 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정부 차원의 자국 인삼 브랜드 고급화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최대 소비국인 자국 시장 확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보다 싼 가격을 내세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인삼시장이 점차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미국 농무부를 비롯한 해외 유명 기관 웹사이트에서 고려인삼을 ‘아시아인삼’으로 뭉뚱그려 표기하거나 아예 중국인삼으로 잘못 표기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고려인삼 명성이 퇴색할 수 있다는 경고의 신호다.

한편 국내시장의 상황도 안타깝다. 건강에 대한 국민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인삼을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줄고 있다.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이,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청탁금지법 등으로 인해 선물용 인삼을 찾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거래량이 줄면서 가격도 점차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곧 생산농민과 판매상인 모두의 난관으로 이어졌다. 최근 전국 인삼 재배 면적은 10년 전 1만9000ha에 비해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다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지는 건 아닌지, 수출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2014년 농산물 최초로 의무자조금을 도입한 이래, 2016년 인삼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기반으로 인삼업계는 내수진작과 수출확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신품종 개발을 통해 안정적인 인삼생산을 도모하고, 다양화된 수출시장에 발맞춰 각국 기호에 맞는 제품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 노력과 수출시장의 성장세가 인삼의 내수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수출의 확대를 담보하는 것은 곧 견고한 내수시장이다. 생산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를 위한 제2, 제3의 인삼커피를 개발하고, 국민들은 고려인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다면 인삼의 미래는 밝다. 대한민국, 인삼 천 년 종주국으로서의 힘찬 재도약을 기대해 본다.

반상배 한국인삼협회 회장
#공기업 감동경영#한국인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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