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집 살 타이밍 아냐, 차라리 전세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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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1월 23일 07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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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에 집값도 하방압력…“느긋이 기다릴 때”
세금 피하려는 다주택자 조급…매수우위시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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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끼는 현재 주택시장 분위기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확연히 많아졌다는 겁니다. 집주인들은 강화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빨리 처분하려는데, 매수문의가 없다보니 급매물이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네요.”(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A공인)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한동안 지리하게 이어졌던 집주인과 매수자간 눈치싸움이 시간이 갈수록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다. 고공행진하던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하락하고 급매물이 쌓이는 등 조정국면에 들어서자 강화되는 세금을 피하려는 집주인들은 조급해진 반면, 전셋값 하락으로 선택지가 늘어난 대기수요들은 여유를 갖고 적정 매수 타이밍을 찾는 분위기다.

23일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0.1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입주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최근까지 급증했던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 물량 등이 새로운 전세공급원이 되면서 전세시장은 갈수록 안정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를 탔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1% 떨어져 1년2개월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선데 이어 이번주 0.02% 하락해 낙폭을 키우면서 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고강도 세금·대출 규제인 9·13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 금리인상 등 주택시장 악재가 겹치자 매수자들이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결국 집값도 하락전환했다.

전세시장은 내년 초까지 상당한 수준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당분간 안정을 지속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내년 2월까지 수도권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6만9692가구에 달한다. 입주물량이 많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13.0% 더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서울 입주물량만해도 총 2만5797가구가 예정돼 있다. 지난해보다 5배나 많다.

이는 주택시장의 대기수요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주택시장 구조상 전셋값이 집값을 뒷받침하고 있어 전셋값이 장기간 하락하면 집값도 하방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전셋값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전세에서 매매로 매매전환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지만, 전셋값이 안정되면 심리적으로도 느긋하게 매수타이밍을 기다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4만3514건으로 9월 3만2132건 대비 35.4% 증가했다. 2011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10월 거래량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이 중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8334건으로 역시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9·13 대책 이후 집값 하방압력이 강해지자 집을 매수하려던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보류하고 다시 전세에 눌러앉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면 다주택자 등 집을 팔려는 집주인들의 마음은 이와 반대로 조급해지게 됐다.

2020년부터 실거래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경우 10년 이상 보유하더라도 실거주요건(2년)을 채우지 못하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받지 못해 양도세 폭탄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부턴 종합부동산세 세율도 인상되고 종부세 산출 근거인 공시가격 현실화도 예정돼 있어 주택 보유 부담감이 갈수록 커지게 된다.

송파구 잠실동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계산이 빠른 집주인들은 이미 집값이 단기간 많이 올라 상승여력이 적어진데다 시간이 갈수록 양도세, 종부세 부담까지 커져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해 집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9주 연속 하락해 62.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월 첫 주(59.3) 이후 약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수우위지수는 현장 중개업소를 조사해 집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0~200 사이로 표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집을 사겠다는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미만이면 집을 팔겠다는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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