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 선박-기차 디젤엔진부품서… 내륙발전용 엔진부품 기업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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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기계㈜

삼영기계㈜는 피스톤, 실린더헤드 등 선박용 엔진 부품을 주로 생산하면서 성장해온 기업이다. 삼영기계 한금태 회장 측에 따르면, 1990년도만 해도 중형 디젤엔진의 피스톤, 헤드, 라이너(사형주조)의 제조기술은 오직 삼영기계만이 국내에서 가지고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현 코레일 등에 납품한 실적이 있다.

한 회장은 회사의 최대 업적으로 독일의 만(MAN)사에 핵심 부품을 납품한 것과 현대중공업의 디젤엔진 국산화에 기여한 점, STX엔진, 두산엔진에도 핵심 부품을 공급한 점을 꼽았다. 특히 현대중공업과의 협력 사례는 그가 두고두고 회고하는 성공담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과 처음 미팅을 가졌을 당시 현대중공업 측이 피스톤 개발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느꼈다고 한다.

“피스톤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으로 높은 폭발 압력을 받는 부품이어서 사고에 대한 위험도가 높습니다. 이 때문에 굴지의 대기업조차도 개발을 꺼리고 소극적이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피스톤 부품에 대한 수입이 용이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독일에서 오기로 한 피스톤은 늦어지기 일쑤였고, 납품이 원활하지 않아 엔진 조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대중공업은 독일제 피스톤을 비행기로 배급 받듯이 운반하는 경우도 많았다.

삼영기계는 검사용 MAN모델 도면과 견본품을 받아 독자적으로 피스톤 제작도면으로 완성하여 이를 통해 실제 피스톤 제작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꺼렸다. 약 2년 가까이 구매를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가 터져 환율이 치솟자 결국 국산제품인 삼영기계와 손을 잡게 됐다. 이렇게 삼영기계의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피스톤 제조 라인을 증설했다. 그 결과 실린더 헤드와 피스톤을 현대가 요구하는 공급량을 충분히 공급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은 당시 연간 350대 정도의 엔진 생산량이 해년마다 증가하여 1800대(2008년)에 육박하는 엔진을 생산하게 됐다. 결국 세계 최대의 조선 건조 기업으로 현대중공업이 발전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게 한 회장 측 설명이다.

라이너의 경우 삼영기계에서 개발하여 라이너의 힘센엔진 모델 첫 번째 엔진의 시운전으로 IMO 승인을 받았다. 삼영기계는 기존에는 엔진부품 분야를 주력으로 했었으나 이제는 기존의 강점을 살리며 합금과 특수소재 개발도 확대중이다.

또한 3D프린팅을 활용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신소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회사가 다할 수 있는 노력은 끝까지 경주한다는 게 한 회장의 철학이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주조산업에 도입해 혁신을 이루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특히 3D 프린팅을 접목한 주조 공정기술 개발은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지원사업을 통해 5년간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한 회장은 “2017년 4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우수기술연구센터에 지정돼 연간 5억 원 이내 최대 5년간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받게 된 것”이라며 회사의 최근 성과를 설명했다. 주요 납품처였던 조선산업은 최근 불황을 맞이한 것 때문에 더욱 혁신에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내륙발전용 엔진 부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 재편을 통해서 기업의 경쟁력을 보다 끌어올리는 한편 기업의 DNA는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 회장은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가 아직도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제와 더불어 중소중견기업 중심 정책을 펼쳐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국가전체가 튼튼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금태 회장 인터뷰
“국내 첫 기관차용 피스톤 개발… 우리 기술로 글로벌 선도할 것”


삼영기계 한금태 회장은 1975년 창업 이래 선박용 엔진부품을 시작으로 실린더 헤드·라이너 피스톤 등을 국산화한 인물이다. 특히 기관차의 심장으로 통하지만 국내 기술력으로는 어림없었던 기관차용 피스톤을 개발해 한국 철도 역사에 이정표를 새로 쓰기도 했다.

그가 회상하는 철도청 피스톤 납품실적은 한편의 드라마다. 당시 직접 철도청의 디젤 기관차 운영 과장을 찾아가 기관차의 핵심엔진인 EMD엔진의 피스톤을 개발해 보겠다고 직접 건의한 것. 철도청 입장에선 일본과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서 생산하는 해당 엔진 피스톤을 국산 기술로 제조할 수 없다고 보고 거절했다.

철도청 입장에선 섣불리 국산 제품을 도입했다가 고장이 날 경우 철도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었다. 철도는 사실상 국가의 동맥이었다. 만약 철도운행 차질이 빚어질 경우 이는 중죄일 수 밖에 없었다.

이와 같은 반발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고 개발할 수 있는 기회만 달라고 부탁한 뒤 개발 지원을 얻어냈다. 만약 실패할 경우 당연히 현장에선 쓰일 수 없었다. 실제로 쓰이지도 못하고 폐기될지 모를 기술에 매달린 것이다. 1978년도에 해당 피스톤(EMD 567 C형) 개발에 성공했다. 이에 고무된 철도청은 고출력 피스톤(645 E3)의 제작도 가능하냐고 물었고 이 역시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1980년 철도내연기관 부품 시작품 개발 업체로 선정이 됐고, 1982년 중소기업 근대화 실천 계획 승인도 획득했다.

국산기술로 글로벌 기술을 대체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사례가 나온 것이다. 1984년 4월 21일 과학의 날 국산 개발 공로 및 품질향상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신입직원을 보면 젊은날이 떠오른다”며 “이와 같은 역사를 가진 우리 회사는 사원의 역량 또한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 정상연 기자 j3013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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