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상장사 수출 4년만에 반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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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철강-금속-화학 등 주도… 1분기 수출액 작년比 4.8% 상승
일각 “반도체 착시 효과 경계해야”… 2분기 제조업 가동률 19년만에 최저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연간 수출액이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올해 1분기(1∼3월) 상승세로 돌아섰다. 2분기(4∼6월)에도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연간 수출액으로도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일부 특정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쳐 한국 경제 전체의 ‘회복’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0대 그룹의 47개 비(非)금융 상장 계열사의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34조100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28조 원보다 6조1000억 원(4.8%) 늘어났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수출액은 2013년 571조 원에서 매년 줄어들어 2016년 542조8000억 원까지 내려갔다. 3년 만에 28조2000억 원(28.2%)이 감소한 것이다. 비록 1분기만 분석한 것이지만 4년 만에 반등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올해 수출 증가는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산업이 이끌었다. 전체 수출 증가분 중 각 업종이 기여한 비중을 나타내는 ‘업종별 수출기여율’은 전자가 65.3%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수출액이 100만 원 늘었다면 그중 65만 원을 전자산업이 맡은 것이다. 전자산업 수출액은 지난해 1분기 64조4876억 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68조4553억 원으로 4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전자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이 수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철강 및 금속(24.0%)과 화학(21.0%)도 수출 증가를 밀어올린 산업이었다.

이런 추세는 2분기에도 계속됐다. 반도체 산업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 무역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93.97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2분기보다는 20.2%,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2.7% 각각 오른 수치다. 수출물량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두고 상품의 수출물량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2분기 반도체의 수출 금액을 집계한 ‘수출금액지수’도 178.9로 사상 최고치였다.

일부에서는 최근 수출 호조가 반도체 특수에 힘입은 ‘착시 효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 집계 결과 올해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2009년 1분기(66.5%)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80%대를 기록한 것도 2011년 3분기(80.9%)가 마지막이다. 각 연도 2분기만 비교할 경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분기(66.4%) 이후 19년 만에 최저다.

2분기 제조업 부문별 생산능력지수를 살펴보면 업종 간 불균형도 심해지고 있다. 생산능력지수란 인력, 설비, 조업시간 등이 정상적으로 생산에 투입될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가능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역시 2010년을 100으로 놓고 분석한 상대적인 수치다.

반도체는 256.5로 2010년보다 2배 이상으로 커졌지만 조선업 등 운송장비는 105.1에 그치고 있다. 자동차는 99.6으로 2010년보다 오히려 뒷걸음쳤다. 최근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 등을 이유로 경방과 전방 등 전통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잇달아 결정하고 있는 섬유제품도 92.8에 불과하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상반기 수출 호조는 물량 상승은 미미했으나 수출단가 상승으로 인한 가격효과가 많이 반영된 덕분”이라며 “하반기에는 유가 약세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과 통상환경 악화 등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김재희 jetti@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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