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칸막이 문화’ 없애니 소니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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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로(silo)’는 수확한 곡식을 저장하는 대형 구조물 또는 독립창고를 뜻한다. 이 단어를 활용한 표현인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이란 ‘부서 이기주의 현상’으로 의역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부서와 조직끼리 서로 벽을 쌓고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게 되기에 결국 소통과 통합에 문제가 생긴다.

사일로 현상의 최대 단점은 ‘연결의 끊어짐(disconnected)’이다. 다른 부서, 다른 조직과 연결돼 있지 않거나 연결되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부서 간 데이터가 호환성이 떨어지거나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속출한다. 사일로 현상의 원인은 대부분 부서 간 과도한 경쟁 탓에 부서장들이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통제하고 구성원들을 단속하는 데서 기인한다.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면 조직의 소통을 방해하는 적폐가 될 수 있으므로 최고경영자(CEO) 등의 리더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조직의 공동 비전과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부서장들을 설득해 부서 이기주의를 억제해야 한다.

2005년 여름, 일본 도쿄의 소니 본사 직원들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곤 넋이 나갔다. 소니의 새로운 CEO로 이례적으로 일본인이 아닌 영국인 하워드 스트링어를 임명한다고 회사 측이 공식 발표한 것이다. 그는 소니의 북미지역 영업을 담당하던 현지 임원이었다.

그가 소니 본사에 취임해 업무 파악을 마치자마자 일갈한 말은 ‘소니에는 사일로가 너무나 많다’였다. 그는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조직 혁신을 통해 조각난 업무와 파편화된 부서들을 퍼즐을 맞추듯이 연결하고 소통하는 일에 몰두했다. 그의 노력으로 소니는 살아나기 시작했고 몇몇 분야에서 옛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는 ‘초연결’이다. 생산자-유통사-소비자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같은 첨단기술로 하나로 연결돼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 초연결 업무환경을 완비한 회사들이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자. 우리 회사에는 사일로가 얼마나 존재할까. 조직 내 사일로 제거가 리더의 최우선 임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skima@ewha.ac.kr
#칸막이 문화#소니#일본#기업#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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