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표 보양식’ 삼계탕 힘빠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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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 힘들고 고칼로리” 젊은층 외면
생닭 출하량 작년보다 12% 줄어… 장어-전복 등 수산물 선호 뚜렷

12일 초복… 외국인 유학생들 “삼계탕 맛있어요” 외국인 유학생들이 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 상상관에서 열린 한국 보양식 체험행사에서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 올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2일 초복… 외국인 유학생들 “삼계탕 맛있어요” 외국인 유학생들이 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성북구 한성대 상상관에서 열린 한국 보양식 체험행사에서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당에서 파는 삼계탕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2% 올랐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초복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1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냉장식품 코너. ‘12일 초복입니다’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냉장 진열대에 백숙용 500g짜리 생닭이 한가득 쌓여 있지만 눈길을 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판매직원은 “물량을 많이 들여왔는데 너무 안 팔린다. 울고 싶을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마트에서 정작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은 건 전복이었다. 전복 2팩을 쇼핑카트에 담은 주부 최효숙 씨(서울 용산구)는 “내일이 복날이라 집에서 전복죽을 끓여 먹으려고 샀어요. 삼계탕은 하기 번거롭잖아요”라고 말했다.


복날의 달라진 풍경이다. ‘복날에는 무조건 삼계탕’이라는 등식에도 조금씩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복날에 삼계탕을 직접 끓여 먹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것은 닭 가공업체가 가장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30%로 1위 업체인 하림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복날 대목이 해가 갈수록 예전만 못 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림에 따르면 복날을 앞둔 5∼9일 하루 평균 생닭 출하량은 18만 마리 수준이었다. 작년 초복을 앞둔 때에 하루 평균 20만7000마리씩 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약 12%가 줄어들었다. 이용현 하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올해는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도 있고, 복날 보양식 선택 범위가 넓어지면서 삼계탕을 찾는 수요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양식계의 ‘지각 변동’은 대형마트 판매 추이에서도 나타난다. 이마트가 여름철 대표 보양식 재료인 닭·오리·장어·전복·낙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15년 63.3%를 차지했던 닭 매출 비중은 올해 59.8%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큰 비중이지만 예전만큼 시장을 압도하던 모습은 아니다. 삼계탕은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고 조리 시간도 긴 데다 고칼로리 음식이라는 낙인까지 찍히면서 젊은층이 갈수록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9.5%에서 5.4%로 낮아졌다.

반면 장어·전복·낙지 등 수산 보양식 재료 매출은 2015년 24.6%에서 올해 40.6%로 16.0%포인트 늘어났다. 삼계탕이나 백숙에 전복이나 문어를 같이 넣은 해신탕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수산 보양식 중에서 장어는 손질이 다 된 것을 사서 구워 먹기만 하면 돼 보양식 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근래 크게 증가했다.

수산 보양식은 1인 가구 증가로 주목받는 간편식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복날을 타깃으로 민물장어덮밥 도시락 같은 간편식 수산 보양식품을 한시 판매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보양식을 챙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펫팸족(Pet+Family·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복날에 반려동물의 원기 회복을 위해 보양식을 주문한다. 롯데닷컴 조사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반려동물용 영양제와 건강식 매출이 지난해 6월보다 3배 넘게 늘었다. 롯데닷컴 관계자는 “수제 간식을 비롯해 홍삼, 오리, 연어, 북어 등 사람이 먹는 고급 원료를 사용한 반려동물 건강식 제품이 큰 인기”라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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