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동경영]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예산업 육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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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최봉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일자리는 개인의 삶이나 가정생활, 나아가서는 나라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도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적인 조건이다.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는 ‘레이닝 스톤(Raining Stones)’이라는 영화에서 일자리를 잃은 가장의 일상을 ‘돌이 비처럼 쏟아지는 날’이라고 표현하였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5월 우리나라 실업률은 3.6%, 29세 이하의 청년 실업률은 9.3%에 달한다. 최근 실업률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청년구직자들은 청명한 대낮에도 비처럼 쏟아지는 돌을 맞고 있다.

다행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공약 제1호로 일자리 확대를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한 달 동안 청와대 비서실에 일자리수석을 신설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공공부문의 일자리 81만 개 창출, 4차산업 육성 등 고용 관련 공약사항을 다방면으로 실천해오고 있다.

실업 해소를 위해서는 고용 관련 제도 개선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발굴 및 육성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공예산업은 양질의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우리나라 공예산업은 총매출액 3조7190억 원, 종사자수 7만870명으로 추정된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공예산업은 매출 10억 원당 19명을 직접적으로 고용하고 있다. 2014년 동일한 기준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우 매출 10억 원당 고용규모는 2.1명과 11.2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공예산업은 제조업 및 서비스업 평균에 비하여 약 각 9배 및 1.7배의 노동집약적인 생산구조를 갖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공예산업 육성정책을 통하여 약 3조7000억 원에 머물고 있는 공예산업 매출을 두 배로 늘린다면 고급 일자리가 약 7만 개 증가할 수 있다. 이처럼 고급 일자리를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업종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공예문화의 대중화는 소비자들에게 고부가가치 문화예술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고, 차별화된 소비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제는 공예산업 속에 내재된 고급 일자리 창출능력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공예산업은 곳곳에서 시장 실패를 야기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산재해 있다. 지난 10년간 전국 대학의 공예학과 수와 입학생 수는 각 26.7%와 35.8% 감소하였다. 공예학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30%대에 머물고 있고, 대학들은 기존의 공예학과를 디자인 관련 다른 학과로 전환하고 있다.

대부분 1인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공예업계는 업체당 평균 종사자수가 1.8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공예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하여 대학의 공예과 출신자들에게는 취업을 권장할 것이 아니라 창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요 거점별로 지역 공예클러스터를 조성하여 창업 교육과 작업 공간 그리고 관련 설비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나와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의 전형이 바로 청년창업 공방이며, 그곳에서 창업자금이 부족한 청년공예가들이 꿈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시장기능이 작동하는 생산, 유통, 소비가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제조업과는 달리 소규모 공방의 생산 및 판매가 이루어지는 공예품의 유통 및 소비시장은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 유통시장에서의 시장 실패의 근원적인 이유는 공예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공예품을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과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예문화도 조성되어야 한다. 연중 국내외 전시회의 개최, 유통마케팅, 교육기회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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