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알고도 규정 어긴 황당한 경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13일 2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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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넥센 선발 한현희가 첫 타자를 앞두고 부상으로 금민철로 교체되자 4심이 모여 회의끝에 같은 유형(오른손)의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이에 넥센은 금민철 대신 오윤성을 등판시켰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넥센 선발 한현희가 첫 타자를 앞두고 부상으로 금민철로 교체되자 4심이 모여 회의끝에 같은 유형(오른손)의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이에 넥센은 금민철 대신 오윤성을 등판시켰다. 고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심판이 규정을 알고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잘못 적용한 황당한 경기가 나왔다. 13일 고척 스카이돔. 넥센 선발 사이드암 한현희는 3회초 NC 공격을 앞두고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심판들은 부상을 인정했고, 넥센은 서둘러 좌완 금민철을 마운드에 올렸다.

NC 벤치는 곧장 항의했다. 2017 KBO 리그규정 ‘제15조 나’항에는 ‘명백한 부상으로 인해 투수가 교체될 때에는 우투수는 우투수, 좌투수는 좌투수,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는 사이드암 및 언더핸드(좌·우 동일적용)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상을 악용해 투수 기용에 꼼수를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넥센은 다시 우완 오윤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넥센 출전가능선수 25인 명단에는 한현희와 같은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인 신재영이 있었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중요한 것은 심판들도 이 규정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고, 넥센 25인 출장가능 명단에 신재영이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현장에 있던 대기심은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에게 “김풍기 심판위원장에 확인하고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KBO와 심판위원회는 5회말 클리닝 타이밍 때 김병주 심판팀장에게 이 문제를 확인했다. KBO 운영팀은 “김풍기 위원장이 김병주 팀장에게 확인 결과 현장심판들은 관련 규정 및 신재영이 출전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재영이 선발투수라는 점을 감안해 경기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판은 규정을 해석하는 역할이 아니다. 엄격히 적용해야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정상적인 판단이라면 신재영이 단 한명의 타자라도 상대한 후 교체되어야 했다. 규정에는‘동일한 유형으로 투구하는 선수가 없을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어떤 조항에도 선발투수는 제외한다는 내용은 없다.

2015년 이 규정을 만들 때 선발투수 예외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선발투수의 해석도 얼마든지 꼼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단 경기 중 갑자기 선발투수를 구원 등판시키는 것은 팀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판의 자발적 규정위반이 아닌 ‘직전 5경기 선발투수는 예외로 한다’등의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

고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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