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지원금 공개 카드’ 다시 꺼내든 LG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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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방통위에 입장 전달 “대리점 판매장려금도 공개하자”
단통법 개정안 국회 논의 앞두고 실탄싸움서 밀린 LG의 판흔들기
삼성전자 “아직 밝힐 입장 없어” 이통3社도 손익계산 따지기 분주

“우리가 매번 총알(현금) 싸움에서 밀리니까….”

LG전자 모바일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 한 임원의 주장이다. 그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LG전자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지는 결정적인 문제는 제품 경쟁력 차이가 아닌 제조사가 이동통신사 판매점에 주고 있는 판매 장려금, 속칭 리베이트 때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제조사가 판매점에 현금으로 쥐여주는 액수가 다르니 판매업자들이 경쟁사 제품을 더 팔려고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LG전자의 노림수


LG전자가 국내 이동통신사 ‘판 흔들기’에 나섰다.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공시지원금의 제조·이통사 비중을 나눠 밝히고, 판매 장려금(리베이트)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LG전자 측은 “혼탁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공시지원금의 제조·통신사 비중을 각각 밝히자는 논의는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당시 추진됐던 내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일부 제조사가 “사실상 영업비밀을 공개하라는 요구”라며 반발해 무산됐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패를 다 보여주고 게임을 하라는 뜻이다. 해외 이통사가 더 많은 장려금을 요구하면 국내 제조사 경쟁력이 저하돼 국익에도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해외 이통사가 단말기 한 대당 1만 원의 장려금만 추가로 요구해도 수조 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LG전자가 분리공시제 시행 및 리베이트 공개를 주장하는 이유는 ‘출고가 인하’ 효과 때문이다. “지원금 및 리베이트에 쓸 돈이 있으면 차라리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시장의 요구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다. 제조사가 출고가를 높인 뒤 불법 보조금으로 할인 혜택을 주며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눈속임 마케팅’도 사라져 이동통신 시장이 투명해질 것이란 목소리가 있다. 반면 지원금 액수 공개는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사례를 찾기 어렵고, 소비자 입장에서 봐도 누가 각각 얼마씩을 할인해 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총 얼마를 할인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 계산기 두드리는 이동통신사

삼성전자는 “아직 밝힐 입장이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분리공시제 도입,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전까지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 역시 손익계산서를 바쁘게 따져보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가 시행될 경우 불법 보조금으로 활성화된 번호이동시장이 침체될 수 있어 기존 가입자를 지켜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나쁜 제안이 아니지만 가입자를 뺏어 와야 하는 후발주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려금이 공개되면 이동통신시장에서 유통점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된 부담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조사와 이통사 의견을 수렴해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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