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너지협의회 김영훈 회장 “미생물 집집마다 배달 받아서 에너지원으로 쓰는 시대 곧 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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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우유 배달하는 것처럼 에너지원이 되는 미생물을 집집마다 받아서 쓰는 에너지 서비스업 시대가 도래할 겁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말이죠.”

세계 최대 민간 에너지기구인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65·사진)이 그리는 에너지산업의 미래다. 23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대성그룹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석탄·석유 중심의 ‘블랙 이코노미’에서 친환경·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블루 이코노미’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컨버전스(융합)가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다”며 가장 주목되는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미생물을 꼽았다. 그는 “미생물은 친환경적인 데다 다양한 환경에서 생체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미래 에너지 대안 중에서 최고”라고 말했다. 미생물이 유기물을 섭취하면서 내는 생화학적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생물에너지는 자원이 빈약한 한국에도 기회다. 그는 “미생물의 99%는 바다에 있다. 에너지가 자원이 아닌 기술로 좌우되는 시대가 올 것이고, 한국이 그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회장은 2004년 이후 한 해도 빠짐없이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하며 세계 저명인사들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9년간 부회장과 공동회장으로 있던 WEC에서는 ‘과감한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단독으로 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저유가 현상에 대해서는 “2030년을 기점으로 석유 수요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있다. 저유가는 이제 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정부가 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셧다운) 등으로 미세먼지 감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에너지 문제는 글로벌 안목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 국가에서 풍력발전이 대안이 되고 있지만 한국은 ‘풍질’이 좋지 않아 한계가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대성그룹은 다음 달 22일 기념식과 함께 미생물에너지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연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실용화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김 회장의 제안에 따라 이날 미생물 관련 벤처기업들의 투자설명회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세계에너지협의회#김영훈#에너지원#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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