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4% “납품단가 대기업이 일방 통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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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매년 3%의 단가 인하를 조건으로 대기업과 계약했다. 거래 보장을 전제로 계속 단가를 낮출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의류잡화 부자재를 만드는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매출액에 육박하는 고가 장비를 구입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를 통해 생산비를 줄일 순 있지만 여기에 따른 이익은 고스란히 대기업의 몫이다. 선박 부품을 만드는 C사는 단가 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 담당자로부터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받지만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 4월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를 벌여 모은 사례들이다. 조사한 제조업체 가운데 14.3%(43곳)가 대기업과 거래하면서 부당한 납품 단가 결정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 단가 협상에서 대기업의 일방통행이 여전한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거래처의 가격 경쟁에 따른 원가 인하 전가’(58.1%)를 부당한 납품 단가 결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경기 불황’(14.0%), ‘업계 관행’(11.6%) 등이 뒤를 이었다. 부당 단가 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는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했다고 답했다. 지속적인 거래 관계 보장을 전제로 부당하게 납품 단가를 결정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23.3%에 달했다.

제조업체들은 부당한 단가 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한다(62.8%)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단가를 강제한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업체에 전가되는 것이다. ‘재료비 절감(저가 원부자재로 교체)’을 통해 대응하는 경우가 14.0%로 나타났고 제조 공정 개선으로 부당 단가 결정에 대응하는 업체는 9.3%에 그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들은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 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중소기업#납품단가#대기업#일방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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