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작은 발걸음, 큰 도약 ‘기술전문기업(ESP)’ 협력 통해 중소기업 기술력 향상 계기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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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조주현 중소기업청 생산기술 국장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이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 가보면 강연과 토론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정부부처는 물론 공공연구기관, 기업들도 다가오는 변화의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새로운 변화의 핵심 추동력은 기술이다. 증기기관, 전기, 인터넷이 기왕의 세 개의 산업혁명을 주도하였다면, 이제 AI가 대표주자로서 4번째 혁명을 선도하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로봇 핀테크 4D프린터 기술 등이 떠받치는 모양새다.

중소기업이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환경의 변화를 읽으며 생산방식과 제품,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복잡해진 여건 가운데 새로운 경쟁에 맞닥뜨려야 할 불확실성을 줄이고 생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을 추진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이전에는 기업이 단독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대학 또는 공공 연구기관과 함께하는 것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중소기업들이 함께 공통 또는 보완기술을 협업으로 개발하는 방식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을 인식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11.4%, 준비까지 하고 있는 기업은 6.3%에 불과하다. 우리 경제에서 기업수 99%, 고용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역량을 높이기 위해 R&D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향후 우리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담당할 역할과 잠재력을 감안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부 R&D 예산 중 중소기업 지원 비율은 2005년 10.6%에서 2015년 14.8%로 늘었다.

중소기업청이 금년에 새로 시작하는 중소기업과 기술전문기업(ESP)과의 협력 R&D 사업도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을 다각도로 지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ESP란 시험·분석 등 R&D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기업에 연구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ESP가 영리기업인 만큼 내놓는 연구결과물도 기업이 요구하는 사업성에 맞아떨어지는 장점이 있다. 그간 중소기업청은 역량을 갖춘 ESP 선별에 주의를 기울였다. 지난 3월 설계·해석, 디자인 등 5개 분야에서 36개 기업을 선정하였으며, 향후 임상병리 시제품 제작 등 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SP와의 협력을 원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R&D 자금지원 사업도 접수 중에 있다. 올해 판교 제2밸리에 문을 열 ‘연구개발서비스 파크’에는 ESP 기업들이 입주할 공간도 제공하여 중소기업들이 쉽게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새로 시작하는 예산 48억 원의 R&D 지원사업에 담당국장으로서 거는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이를 통해 선진국형 연구개발 전문기업이 육성되고 중소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가 확장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한국경제 도약의 물꼬가 하나 더 트이기 때문이다.
#esp#기술전문기업#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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