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목소리 담은 웹브라우저, 편의성 차별화땐 글로벌 승산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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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브라우저 ‘웨일’ 개발 책임자 김효 리더 인터뷰
“한국인, 여러 창 띄우고 검색 익숙… 영어권 전유물 아닌 서비스 개발… 年內 정식버전으로 가치 입증”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웹브라우저 ‘웨일’ 개발을 총지휘한 네이버 김효 리더가 웨일 접속화면이 보이는 노트북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웹브라우저 ‘웨일’ 개발을 총지휘한 네이버 김효 리더가 웨일 접속화면이 보이는 노트북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구글의 ‘크롬’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90% 넘게 장악한 국내 웹브라우저 시장에 ‘토종 브라우저’ 웨일이 도전장을 던졌다. 견고한 과점 체제에 도전한 이유를 묻자 네이버 ‘웨일’의 개발 총책임자인 김효 리더(44)는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표준은 해외 기업이 만드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웹브라우저는 한국인이 더 전문가 아닌가요? 빠르고 복잡한 인터넷 환경에서 모두가 자신만의 웹브라우저 사용법을 터득하잖아요. 국내 사용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화하는 웹브라우저로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서 만난 김 리더는 글로벌 웹브라우저들이 개발 과정에서 국내 이용자의 목소리를 사실상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웹브라우저 개발 의견을 내는 것은 영어권 사용자의 전유물과도 같았다는 설명이다. 반면 웨일은 국내 사용자의 웹브라우저 사용경험에 맞춰 개발됐다.

예를 들어 빠른 속도의 인터넷 환경을 체험하는 국내 사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쇼핑을 목적으로 검색할 때 한 번에 여러 개의 창 화면을 띄우고 검색하는 것에 익숙한데, 기존 웹브라우저는 창 화면이 누적될수록 불편이 가중된다.

14일 시범공개된 네이버 웨일 웹브라우저는 화면을 둘로 나눠서 보는 기술을 적용했다. 왼쪽에 쇼핑 물건이 나열된 목차 화면을 띄우고, 오른쪽에 상품 소개 화면으로 나눠서 정리가 가능하다. 웨일의 핵심 기술인 ‘옴니태스킹’이다. 한국인의 인터넷 경험을 토대로 만든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사용자를 대상으로 웨일 시범공개에 들어간 지 일주일이 지난 21일. 온라인 의견 반영 창구인 ‘웨일연구소’에 접수된 아이디어만 1000여 건이다. 김 리더의 지적대로 국내 사용자의 아이디어를 반영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벌써 톡톡히 하는 셈이다.

웨일 브라우저는 구글의 오픈소스 웹 기술인 ‘크로미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 때문에 공개 직전까지 구글의 웹브라우저인 크롬과 차별화된 요소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김 리더는 “오픈소스인 크로미엄을 써 개발한 노르웨이의 ‘오페라’라는 웹브라우저가 최근 중국 기업에 6000억 원에 팔렸다”며 “만약 크롬과 같은 제품이라면 이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일한 기반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웹브라우저는 담고 있는 서비스와 편의성이 다르면 차별화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설명이다.

네이버는 당초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한 브라우저 개발에 착수했다. 2011년 기술 개발에 들어가 결국 지난해 6월에는 브라우저 기술의 완성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이 무렵 사내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시중에 공개하는 것까지 검토했지만 곧 한계에 부닥쳤다. 웹브라우저 기술은 완성 단계에 이르렀지만, 기존 웹사이트의 콘텐츠가 새로운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 것. 크롬과 IE만 인식하는 온라인 생태계를 기술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웠다.

결국 사용자 편의성과 확장성, 글로벌 진출을 위해 크로미엄을 적용하는 쪽으로 노선을 바꿨다. 네이버는 향후 웨일 개발의 노하우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공개하는 한편, 올해 안으로 웨일 정식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올 하반기 모바일 버전 출시를 통해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네이버#웹브라우저#웨일#김효#검색#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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