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 中경기 둔화 ‘직격탄’… 홍콩-佛에 밀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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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출액 두 계단 떨어져 8위
對中 수출 1224억달러 11% 줄어… 현대차 파업-갤노트7 단종도 영향
美 통상압박 현실화땐 올해도 ‘잿빛’… 수출 버팀목 FTA 차질없이 추진
조선 해운 철강 구조조정 서둘러야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세계 8위로 두 계단 떨어진 것은 세계 무역시장의 위축과 중국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단종과 현대자동차 장기 파업 등도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설 조짐을 보여 올해 수출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디딤판으로 삼아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불확실한 통상 여건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무역액은 29조7410억 달러(약 3경4202조 원)로 1년 새 2.7%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 수출은 5.9% 감소했다. 세계 무역시장이 위축되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상품의 대중 수출 감소의 영향이 컸다.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지난해 1∼11월 1224억 달러(약 140조8000억 원)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가까이 줄었다. 중국의 수입 규모는 2014년과 2015년 사이 14% 이상 감소했다. 중국 경기가 위축되면서 지난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이 ‘무역 보복’으로 의심되는 조치까지 내놓고 있어 한국 수출전선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홍콩 등 경쟁국은 지난해 수출액을 늘리거나 감소 폭을 1% 미만으로 유지하며 한국을 추월했다. 홍콩의 수출액은 1년 새 1.2% 늘었고 프랑스는 0.9%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의 장기 파업과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단종 사태 등의 악재도 겪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에멀션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ESBR)에 최대 4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판정했다. 합성 고무의 일종인 ESBR는 타이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상무부는 지난달에도 한국산 가소제(DOTP)에 최대 약 6%의 예비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산업부 등 통상 당국은 이 조치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에 시작된 조사라는 점을 들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고 금리 인상에까지 나설 경우 지난해 못지않은 수출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해진 통상 여건을 극복할 열쇠로 FTA를 든다. 한국은 WTO 주도의 다자 간 통상협정 등이 2000년대 들어 지지부진해지자 양자 간 FTA 체결에 주력해 왔다. 최근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대륙 단위의 대규모 경제블록 결성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들 FTA가 수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제조업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도 시급한 숙제로 꼽힌다. 지난달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정도 늘어나는 등 연초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산업 생산성 향상이 아닌 환율, 유가 효과에 기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강(强)달러’ 등 올해 교역여건이 반짝 나아진 것을 기회 삼아 조선, 해운, 철강 등 수출 주력산업에 대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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