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우영]좋은 기업, 좋은 사회가 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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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이후, 삼성의 핵심 과제는 신뢰회복
덴마크 기업 레고는 ‘최고만이 최선’이란 신념과 본질에 대한 성찰로 위기 극복
위기의 대한민국, 진정으로 변화 혁신하려면 기본과 본질 치열하게 되돌아봐야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발화 원인이 ‘배터리 결함’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단종 이후 3개월여 만에 나온 발표다. 아마도 3월 말에 출시될 후속 모델의 사용 안전이 확인되어야 그간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범위까지 공개된 원인분석 과정과 검증 내용을 볼 때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보인다.

 노트7의 탄생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뛰어넘는 혁신 기술로 반응이 뜨거웠다. 그러나 결함이 발표되자 많은 외신의 반응은 급변했다. 특히 자국 브랜드 애플을 사랑하는 미국의 한 코미디언은 토크쇼에서 폭발하는 스마트폰에 대한 개그를 선보였는가 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이를 패러디하는 사진들이 속속 등장했다.

 이번 리콜로 인해 기업은 7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영업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필자는 금전적 손해보다 이제까지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그 문제 해결 과정이 무엇보다 궁금했다. 최종적인 단 한 번의 발표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번 사태를 통해 어떤 교훈과 새로운 비전을 내놓을 것인가.

 삼성은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안전 최우선’이라는 교훈으로 “생산문화와 공정에 깊이 새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배터리 공급사인 S사와 A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미래 지향적인 포용적 파트너십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핵심 키워드를 분석해 보면 안전, 생산문화, 공정 그리고 포용이다.

 생산에 안전문화를 도입하고 제조의 과정, 즉 공정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명제임에도 참으로 신선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기본과 본질을 가볍게 여기는 조급한 문화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가족 소유 레고그룹의 혁신 이야기는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32년 작은 장난감 제조공장에서 대기업으로 급성장하며 겪은 파산 위기와 재기, 그 이후 세계적인 그룹이 된 레고. 나무 장난감을 만들던 시기에 창업주의 아들 고트프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오리 인형에 니스를 세 겹으로 바르지 않고 두 겹으로 발라서 돈을 아꼈다고 아버지에게 자랑했다. 아들이 속임수를 쓴 데 격분한 창업주는 오리 인형을 전량 회수하게 한 후 밤새 잘못을 바로잡도록 했다. 고트프레는 이 경험을 기억하며 훗날 아버지의 철학을 목판에 새겨 영원히 간직했다. 지금도 “최고만이 최선이다”라고 새겨진 목판 사진이 빌룬 소재 레고 본사 입구에 걸려 있다.

 1990년대 초 세계 장난감 시장의 80%를 장악했던 레고는 경쟁사의 출현과 비디오게임기의 등장으로 갑작스레 2003년 파산 위기에 처했다. 이때 34세의 젊은 최고경영자(CEO)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는 심각한 질문을 하게 된다. “레고의 본질은 무엇인가? 아울러 레고가 사라지면 우리의 고객들은 무엇을 가장 슬퍼할까?” 결론은 복잡하고 가짓수가 많은 블록의 수를 50% 이상 줄이기로 마음먹는다. 본질로 돌아가 단순해진 것이 혁신의 비밀이었고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초고속 압축 성장을 이룬 나라다. 불모지 같은 이 땅에 맨손으로 기업을 세우면서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산업으로 경제 부흥을 하였으며 동시에 민주화의 토대를 이루었다. 한편, 이와 같은 속도로 2026년이 되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며 4차 산업혁명의 변화와 맞물려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가야만 한다.

 우리 모두는 길이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과거의 성공모델 프레임에서 벗어나자. 그러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은 지켜야 할 본질을 다시 돌아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하이임시정부 청사 기념관 한쪽 벽에는 김구 선생이 직접 쓴 액자가 걸려 있다.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즉 ‘변하지 않는 본질적인 것으로써 변화무쌍한 세상에 대응한다’. 당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제 정세의 소용돌이에서 우리 민족이 지켜야 할 신념과 가치를 표현한 고뇌의 글이다.

 정유년 설날 우리 사회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기본과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한 마음으로 성찰하고 실천을 다짐해 본다.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우영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삼성전자#노트7#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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