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낚이셨군요, 온라인 부동산 매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포털 게시 45건중 27건 ‘허위 매물’

 5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연주 씨(30·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터넷 부동산 정보 게시판에서 신혼집을 찾아 보다가 포기했다. 정보를 믿기 어려워서였다. 이 씨는 “인터넷으로 매물을 보고 해당 부동산중개업소에 전화하면 가격이 1000만∼2000만 원 비싸거나, 전세 매물이라고 올려놓고 월세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제는 직접 부동산을 찾아다닌다는 이 씨는 “다음 달까지도 구하지 못하면 오피스텔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할 처지”라고 걱정했다.

 봄 이사 철을 앞두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에 소개되는 부동산 매물 중 상당수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담은 허위 매물이어서 소비자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앱에 오른 매물을 확인해 보니 이 중 3분의 2가량은 허위 매물이거나 거래가 완료된 것이었다. 허위 매물이란 매매 조건이 실제와 차이가 크거나, 거짓된 정보로만 채워진 매물을 뜻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손님을 끌기 위한 용도라며 ‘미끼 매물’이라고 부른다.

 동아일보가 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 게시된 서울 영등포구, 용산구, 서대문구, 강남구 일대 부동산 매물 45건을 실제 매물과 대조해본 결과 18건은 허위 매물이었다. 거래가 끝난 매물도 9건이나 됐다. 실제와 조건이 일치하는 것은 18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업계는 ‘중개업자 간의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 때문에 허위 매물이 남발한다고 본다. 용산구 부동산중개업자 A 씨는 “경쟁 업자가 인터넷에서 우리 매물을 보고 몰래 집주인과 연락해 빼가기도 해 미끼를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님 편의보다 경쟁자 따돌리기 용이라는 얘기다. 공인중개사 B 씨는 “다른 업자와 중개수수료를 나눠 먹기 싫어서 미끼를 던진다”고 분석했다. 다른 공인중개사가 자신이 올린 매물에 대해 “집을 구하는 손님이 있다. 매물을 내놓으라”며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다른 업자가 올린 부동산 매물을 정보 확인도 없이 자기네 것처럼 올리기도 해서 ‘진짜 매물’은 감춰놓고 소비자가 방문하면 그때야 내놓는 업자도 있다.

 최근 늘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오피스텔이나 원룸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연맹이 ‘다방’ ‘직방’ 같은 부동산 앱에 게시된 매물을 조사해보니 전체의 30%가 허위 매물이었다. 앱 이용자 237명 중 80명(33.7%)은 “앱을 이용하다가 (허위 매물에)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 이용자는 “게시된 매물을 보려고 부동산을 찾았더니 비슷한 입지와 조건을 갖췄다며 다른 매물을 보여줘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자율적으로 신고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터넷이나 부동산 앱의 매물은 공인중개사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공정위로부터 허위 매물 조사 요청이 들어오면 처분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소규모 업자들이 광범위하게 허위 매물을 올려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도 “포털에서 자율 규제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털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소비자연맹 김정호 연구원은 “포털이나 부동산 앱이 소비자와 부동산 업자 간의 거래를 중개한다고 보면 앱 운영업체는 ‘통신판매중개자’로 볼 수 있다”며 “전자상거래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온라인#부동산#허위매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