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고령화에 이사도 줄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인구 이동률 14%로 43년만에 최저치, 세종 순유입 1위… 제주-경기도 증가

 “집도 안 팔리는데, 이 나이에 이사는 무슨….”

 서울 중랑구에 사는 최복실 씨(61)는 결혼 후 15년간 내 집 장만을 못 해 여러 차례 이사를 다니다가 지금 사는 단독주택에 둥지를 틀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결혼한 뒤로 이사 갈 생각도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 씨는 “단독주택은 사겠다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나이 들어 낯선 동네에서 살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대한민국은 ‘이사 공화국’이었다. 일자리를 찾으러 농촌에서 도시로 나오고, 내 집 장만을 꿈꾸며 이곳저곳 전셋집을 옮겨 다니는 게 한국인의 일상이었다.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이사를 다니는 유목민 같은 모습은 고도 성장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갈수록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고령화로 이사를 다닐 만한 젊은 사람이 줄어든 데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시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집을 옮기려는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은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 이동률이 지난해 43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6년 국내 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이동률은 14.4%로 전년보다 0.8%포인트 감소했다. 1973년 14.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동 인구는 지난해 737만8000명으로 1979년(732만4000명) 이후 37년 만에 가장 적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로 2년 연속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규제가 다시 강화되면서 인구 이동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경기 둔화와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영향이 있었고 고령화로 4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난 것도 이동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구 순유입이 가장 많았던 도시는 단연 세종시였다. 전체 인구 중 새로 유입된 인구 비율이 13.2%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보였다. 정부청사 이전과 새 아파트 입주가 맞물리면서 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난 것이다. 제주(2.3%) 경기(1.1%) 등도 인구가 늘었다. 반면 서울(―1.4%) 대전(―0.7%) 등은 인구 유출이 더 많았다.

 지난해 조선 해운 구조조정 등으로 한파를 맞은 경남과 울산은 직업을 찾아 빠져나간 인구가 새로 들어온 인구를 추월했다. 2015년만 해도 경남은 3300명, 울산은 4600명이 순유입됐지만, 지난해에는 경남에서 4400명, 울산에서는 1600명이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유 등으로 빠져나갔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불황#고령화#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