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구조조정 일단락… ‘한진 공백’ 채워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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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롱비치터미널 매각 완료
현대상선 독주체제 구축했지만 국제 해운동맹 가입효과 미지수
불투명한 해운경기도 큰 걸림돌

 이르면 이달 말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간판을 내리게 한 해운업 구조조정 1라운드가 사실상 끝나고 현대상선 독주체제로 해운업이 재편되는 것이다. 유일한 글로벌 국적 선사로 남게 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이달 말 스위스 MSC의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를 승인할 예정이다. 서울지방법원이 한진해운이 보유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에 대한 매각을 승인하면서 내건 조건인 ‘미국 법원과 미국 항만청의 승인’ ‘롱비치터미널 대주단의 동의’ 중 하나가 해결되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남은 대주단 동의도 무리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자산 매각 절차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지방법원은 13일로 예정된 관계인 집회를 앞두고 한진해운 채권자들로부터 채권 신고를 받고 있다.

 해운업계의 관심은 사실상 독주 체제를 구축한 현대상선의 행보에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 자산 인수 마무리와 현대상선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국내 중견 선사와 맺은 ‘HMM+K2 컨소시엄’의 출범이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은 MSC의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 즉시 롱비치터미널 전체 지분의 약 20%를 넘겨받는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현대상선은 MS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경영권 확보 대신 지분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경영권을 확보하면 3000억 원에 이르는 롱비치터미널의 부채를 함께 떠안게 된다. 추후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은 부채를 인수하지 않고 하역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상선의 경영 방침이 외형보다 내실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뜻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미니 동맹’인 ‘HMM+K2 컨소시엄’ 참여도 내실을 다지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해운업계는 컨소시엄이 본격 가동되는 3월 이후 현대상선의 아시아 지역 컨테이너 물동량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의 78% 수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당장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결정되자 “현대상선을 한진해운에 버금가는 대표선수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지만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해운업 경기가 걸림돌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내놓은 ‘2017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해운업은 올해 물동량이 3.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급 과잉과 운임 하락 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해운사들이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현대상선이 머스크, MSC 등과 맺은 ‘2M+H’에 대한 컨소시엄이 “실질적인 구속력이 없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2M 회원사와 동등한 지위가 아닐뿐더러 계약 기간 역시 3년에 불과해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2M 가입으로 얻고자 했던 서비스 향상과 원가 절감 등 효과는 충분히 얻었다”고 반박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해운#구조조정#한진해운#롱비치터미널#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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