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지역경제혁신대상]차없는 도로서 행진… 서초구 ‘서리풀페스티벌’ 성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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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날씨가 청명했던 올해 10월 9일 한글날 오후, 한강을 가로지르는 반포대교와 잠수교 남단부터 우면산 기슭 예술의전당에 이르는 길이 4.4km의 반포대로에서 자동차가 싹 사라졌다. 아름드리 가로수 사이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서초구민 수만 명이 메웠다. 모처럼 차 없는 도로에 나온 아이들은 색색의 분필을 들고 아스팔트 위에 마음껏 낙서를 하며 놀았다. ‘한국판 에든버러 페스티벌’을 꿈꾸는 서초구 지역축제 서리풀페스티벌의 모습이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이 행사엔 9일 동안 펼쳐진 서초강산퍼레이드 등 60여개 프로그램에 구청 추산 25만여 명이 참여했다. 그동안 지역 특산물이나 관광명소를 이용하는 여러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들이 관의 노력에 비해 정작 주민들의 호응이 적다는 문제를 겪어왔다. 하지만 서초구 서리풀페스티벌은 거창한 슬로건이나 막대한 예산 투여 없이 지역에 갖춰져 있던 자원들을 활용해 다양한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구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서초구는 제1회 대한민국 지역경제 혁신대상에서 지역축제활성화부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가족과 함께 페스티벌에 참가했었다는 반포본동 주민 신수민 씨(40)는 “쌍둥이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나왔는데 길이 넓고 자동차가 없어 유쾌하게 행진할 수 있었다”며 “서초구에 오래 살았지만 ‘고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이런 계기로 동네에 정이 깊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남북으로 우면산과 한강을 끼고 있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녹지공간이 많고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도 소재하고 있어 재정도 탄탄하다. 예술의전당, 국립중앙도서관 등 문화인프라도 풍성하게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행정단위 자체가 1988년 만들어져 아직 구의 역사가 30년도 채 되지 않는 만큼 구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부족해 아쉬웠다.

 2014년 취임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잠원동의 ‘잠원 나루축제’, 서초동의 ‘서초골음악회’, 프랑스인 거주지역인 서래마을의 ‘한불 음악축제’ 등 동네마다 열고 있었던 소규모 축제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 전체의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문화예술기관, 행정기관, 기업, 학교 등 총 65개 단체와 손을 잡았다.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는 각 기관장과 학교장, 기업인, 언론인 등이 두루 참여했다. 350여 개 음식점과 카페도 축제 기간 중 가격을 내리는 데
동참해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구청은 60대의 푸드트럭을 유치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축제 방문객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선보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이렇게 구청과 주민, 기업들이 힘을 모아 치른 2015년 1회 행사는 당시 메르스 사태 여파가 남아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1주일 동안 약 17만 명이 참여했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서초강산퍼레이드를 위해 1976년 도로 개통 이후 처음으로 반포대로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또 홍보용으로 사용된 약 800개의 현수막과 배너는 모두 수거해 에코백, 선풍기 덮개 등으로 재활용해 ‘쓰레기 없는 축제’로 만들어갔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의 서리풀페스티벌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이번 수상은 문화를 매개로 참여와 나눔, 친환경이 어우러져 지역사회와 서초구민이 협업하여 이루어낸 값진 결과”라며 “서리풀페스티벌을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는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서초#서초구#서리풀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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