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값 줄줄이 인상… 일부 품목은 ‘사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포스코, 2017년 1월 t당 10만원 이상 올려… 현대제철-동국제강도 뒤따를듯
철광석값 인상 등 원가 부담… 中업체 공급량 감소도 영향 미쳐

 철강사들이 철강 비수기인 12월에 큰 폭의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철광석과 석탄 가격이 급등해 원가 부담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여기에 중국 철강업계 구조조정 영향으로 중국산 철강 물량이 줄면서 한국산 철강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시장에서는 물량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 “철강 전 품목 10만∼12만 원 올린다”

 포스코는 이번 주부터 다음 달 가격 인상 계획을 거래 업체들에 통보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15일 “내년 1월부터 열연강판과 후판은 t당 12만 원씩 인상하고, 냉연강판과 선재 등 나머지 철강 제품은 최소 10만 원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형 고객사와는 이번 인상안을 기준으로 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철강 전 품목에 대해 10% 이상 큰 폭의 가격 인상을 포스코가 공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열연강판은 최근 t당 70만 원 정도에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내년 1월 포스코의 가격 인상 계획을 그대로 적용하면 열연강판은 t당 82만 원까지 가격이 오르게 된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가공해 나온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얇게 만든 강판이다. 이를 상온에서 재가공한 것이 냉연강판이다.

 후판은 두꺼운 압연강판으로 선박을 만들 때 많이 쓰이고 선재는 자동차 부품에 주로 쓰인다. ‘산업의 쌀’인 철강의 가격이 오르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중국 구조조정으로 공급 과잉 완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내수 기준가격 인상 폭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포스코와 비슷한 수준에서 조만간 가격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포스코에서 열연을 공급받아 철강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점까지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철광석 가격은 올해 1월 t당 41달러에서 지난달 69달러까지 올랐고, 석탄은 같은 기간 76달러에서 287달러로 4배 가까이로 폭등했다.

 포스코가 가격 인상을 결정한 배경으로 중국산 철강의 공급이 줄면서 국내 업체들이 ‘강공’을 펼칠 여유가 생긴 것을 꼽는 시각도 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 구조조정으로 하반기 들어 철강 공급 과잉 현상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철강 공급이 달린다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 가수요까지 겹쳐 사재기 조짐까지

 포스코와 거래하는 유통점들은 최근 철강 물량이 달리면서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주문이 배 가까이 늘었지만 추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재고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 시장은 겨울이 전통적으로 비수기인데도 이번엔 과열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철강 수요가 많은 조선사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철강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최대한 반영하지 못하면 내년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해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내년 1분기(1∼3월)에도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2월 이후에도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철강값#인상#중국#철광석#현대제철#동국제강#포스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