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리스크에 성장률 뚝뚝… 한국 3년 연속 2%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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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내년 성장률 2.4% 전망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1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지지부진한 산업 구조조정,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까지 산적한 탓에 자칫 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2%대 성장마저 흔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2016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이는 올 5월 내놓은 ‘2016 상반기 경제전망’ 때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KDI는 올 4분기(10∼12월)에는 한국 경제가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을 면해 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정부 전망치(2.8%)보다 0.2%포인트 낮다.

 KDI 발표대로라면 내년에 한국은 3년 연속으로 2%대 성장률에 머물게 된다. 내년도 성장률은 2012년(2.3%)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KDI는 성장률 조정의 이유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선 승리, 국내의 탄핵 정국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꼽았다. 이로 인해 내수 둔화와 수출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현재 정부 소비가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소비는 소비 활성화 대책이 종료돼 성장세가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출은 세계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낮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KDI에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6%), LG경제연구원(2.2%), 한국은행(2.8%) 등 국내외 기관들도 내년도 성장률을 2%대로 전망한 바 있다. 현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만이 3.0% 성장률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하향 조정이 유력하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성장률이 2%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DI는 특히 최근의 정치 혼란이 경제주체의 의사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KDI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가계 소비 위축 및 기업 투자 지연→생산 부진→고용 악화→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대외 여건이 급변해 모든 나라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 경제 성장률도 1%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3%에 그쳐 물가안정목표(2%)를 또다시 밑돌게 되는 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물가마저 지나치게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자칫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은 불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추경 및 추가 금리 인하 주문

 KDI는 경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정부가 선제적으로 내년 상반기(1∼6월)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아울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최소화 차원에서 금융당국이 워크아웃 및 회생절차(법정관리) 제도의 장점을 통합한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경기부양 효과 없이 가계부채만 키운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김 부장은 “금리 인하는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당국 간의 공조를 보여주고, 경제주체들에게 분명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 불확실성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계대출 문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하고 비은행권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을 점검하는 등의 금융정책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KDI는 이례적으로 재정·통화·금융정책 이외에 △산업 구조조정 △노동시장 △규제 개혁 및 경쟁 정책에 관한 정책 제안도 발표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심각함에도 각종 경제 정책들이 정치적 이슈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정규철 연구위원은 “산업 구조조정은 개별 기업의 부실보다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고도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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