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시대… 혁신 강박증서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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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세계석학 美 아이젠버그 밥슨大 교수 방한

 “젊지 않아도, 혁신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니얼 아이젠버그 미국 밥슨대 기업가정신학과 교수(사진)는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젊고 창의적인’ 기업가의 이미지는 ‘허상’이라고 말했다.

 14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팔래스강남 호텔에서 열린 ‘2016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 행사 참석차 방한한 아이젠버그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된 것이라도 역발상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 내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며 ‘혁신 없는 가치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은 매년 11월 셋째 주 전 세계 160여 개 국가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기업가정신 교류 행사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청과 글로벌기업가정신네트워크(GEN) 주최로 기업가정신 관련 토론회와 우수사례 성과보고회, 스타트업 경진대회 등이 15일까지 열린다.

 기업가정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는 아이젠버그 교수는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11년간 기업가정신을 강의했고, 2013년 다보스포럼에 연사로 참여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2013년 출간된 ‘하버드 창업가 바이블’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생긴 지 16년 된 스타벅스를 인수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며 “고객의 마음을 끌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창업보다도 기업가정신이 더 발휘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창업기업 수가 늘어날수록 좋다는 생각은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쟁력이 우수한 국가에서는 창업기업 수가 적고, 경쟁력이 없는 국가일수록 창업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기업의 수 대신 성장세에 주목해야 된다고 강조하며 “최근 몇 년 새 ‘스케일업(Scale-up)’ 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케일업 기업은 최근 3년간 매출이나 고용이 연평균 20% 이상 늘어난 고(高)성장 중소기업을 말한다.

 이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생계형 창업’이 대부분인 한국의 창업 문화에도 의미가 있는 메시지다. 그는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기업을 육성하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적 목표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아이젠버그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2700만여 개 기업 중 실제로 고용창출에 기여하는 기업은 700만여 개에 불과하다. 무조건적인 창업 장려 정책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한편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이날 개막식에서 “회사 안에서 좀더 나은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도 기업가정신”이라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신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요즘 한국 경제에 기업가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기업가정신#아이젠버그#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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