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일반아파트엔 ‘풍선효과’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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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대책후 집값 하락세 뚜렷

11·3 부동산 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부터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동아일보DB
11·3 부동산 대책 발표의 영향으로 지난 주말부터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경. 동아일보DB
 1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나면서 서울 강남권의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장 분위기를 살피던 재건축 아파트 주인들이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호가를 낮추기 시작하고 재건축과 무관한 일반 아파트에 대한 매수 문의도 끊겼다.

○ 강남 재건축 호가 조정 본격화

 13일 부동산114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4구(강남 강동 서초 송파구)의 재건축아파트 매매시세는 모두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구가 일주일 새 0.09% 떨어지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송파(―0.05%) 강동구(―0.01%)도 2주 연속 하향세를 이어갔다. 이들 지역은 지난달 둘째 주만 해도 0.24∼0.55%의 주간 상승률을 보였지만 1개월 새 분위기가 급반전한 것이다.

 강남권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11∼13일) 일부 단지의 호가가 최대 4000만 원 떨어지는 등 시세 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건축 조합은 신축 아파트를 일반에 분양해 공사비 등을 충당하는데 청약시장 규제를 강화하는 이번 대책으로 재건축 조합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이 많은 대단지일수록 이번 규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3930채)는 지난 주말 전용면적 76m²의 호가가 최대 4000만 원 떨어졌다. 이 단지에서는 규제 발표 직후(4∼6일)부터 매물 호가가 하락할 조짐을 보였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2640채)에서도 지난 주말 전용 50∼60m²의 중소형 매물 가격이 1000만∼3000만 원 하락했다.

 김은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아직 급매물이 쏟아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매수세가 끊기면서 집주인들이 기존 매물의 호가를 내리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어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욱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 “강남 일반 아파트 풍선효과도 없어”

 강남권 일반 아파트 시장 역시 11·3대책 발표 이후 매수세가 뜸해진 모습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3일까지 강남 4구에서 신고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하루평균 83건으로 지난달(103건)보다 20% 정도 줄었다. 지난달 계약된 물량의 일부가 이 기간에 신고 접수됐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감소 폭은 더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일반 아파트들은 이번 규제의 칼날에서 비켜나 ‘풍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강남권 주택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움츠러들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구 도곡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그동안은 재건축 아파트가 주변 일반 아파트값을 끌어올렸지만 앞으론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일부 실수요자들이 있을 뿐 투자자들의 매수 문의는 끊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제기된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서울의 전세 거래가 늘어나는 홀수 해를 앞두고 서울 인접 신도시나 강북권의 소형 아파트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어 ‘풍선효과’를 속단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11·3 대책#집값#부동산#강남#아파트#하락#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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