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조 배당잔치 ‘사상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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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수익률 1.86%… 예금금리 웃돌아

 올해 한국 증시 상장기업들의 배당 규모가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들의 배당 증대 요구와 배당을 촉진하는 세제 혜택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배당 규모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주들이 편입된 코스피200 기업들의 올해 현금 배당액은 2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사상 최대였던 코스피200 종목의 배당금 18조3532억 원보다 9% 증가한 규모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장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주당 배당액을 투자 시점의 주가로 나눈 것으로 배당 투자의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해 쓰이는 지표)이 지난해(1.35%)보다 높아진 1.8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배당수익률도 지난해에 이어 한국은행 기준금리(1.25%)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9월 시중은행 저축성 수신금리 1.35%보다도 0.51%포인트 높은 것이다.

 기업별로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배당액이 3조766억 원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한국전력(1조4432억 원), 현대자동차(6665억 원), 신한금융지주(6386억 원), SK텔레콤(6355억 원) 등이 대규모 배당금을 시장에 풀 것으로 보인다. 배당수익률 1위는 현대엘리베이터(5.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한국전력(4.7%), 하이트진로(4.7%), 두산(4.6%), NH투자증권(4.5%) 등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악재와 실적 악화에도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는 배경에는 세제 혜택이 있다. 지난해 도입된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이 번 돈을 현금 보유 대신 투자나 임금 증대, 배당에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배당이 늘어나도록 영향을 끼치고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세제 혜택이 종료되는 2018년까지 배당 확대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낮은 배당수익률을 의식해 앞으로도 현재 수준의 배당은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층 거세진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도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은 올해 초 배당이 낮은 기업들을 추린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저배당 기업에 배당을 늘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최근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 분사와 동시에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기업들도 주주들의 지지와 경영권 강화를 위해 배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대신증권이 올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21개 국가의 배당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20위로 예상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종목의 상당 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배당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대형주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반면 고배당주로 꼽히는 종목의 주가는 높지 않아 투자할 만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의 성과가 코스피보다 5∼10% 낮게 나오는 등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며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위험이 과거보다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가가 떨어지면 배당수익률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이 클 수 있어 종목 선정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배당수익률#삼성전자#세제혜택#고배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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