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면 나서는 이재용, 지배력 강화도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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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기이사 이후 행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은 20여 년 전부터 준비해 온 삼성그룹의 3세 승계 구도를 마무리 단계에 올려놓는 작업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경영 전면에 공식적으로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에 대한 지배력도 점차 강화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사실상의 삼성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회사다. 삼성생명은 최근 잇달아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며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비한 사전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전자에 등기이사로 먼저 이름을 올린 것을 두고 재계에서는 일단 최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0.59%.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이고 오너 일가지만, 개인 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 늘 아킬레스건이었다. 특히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공격을 경험해 본 삼성으로선 외국인 지분이 절반 가까이 되는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서둘러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만 삼성전자 등기이사직만으로는 삼성그룹을 통틀어 지배하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추후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 등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점차 강화해 나가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이 향후 삼성전자 지주사 설립을 목표로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통상 합병 후에도 이사회 주요 멤버는 큰 틀에서 거의 변화를 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만약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물산 등기이사도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이후에도 이사회 체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추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맡되 대표이사(CEO)는 맡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그 근거로 거론되는 게 삼성전자가 앞서 3월 변경한 이사회 정관이다. 이전까지 대표이사만 맡을 수 있던 이사회 의장직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이사 중 누구나 맡을 수 있게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앞두고 미리 깔아 둔 포석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이사회 의장을 하면서 대표이사를 맡지 않으면 권한은 강화하고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다음 달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당장 4분기(10∼12월) 사업보고서부터 연봉을 공개하게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봉 5억 원 이상을 받는 임원은 모두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이 부회장 연봉은 부회장급보다는 적지만 고참 사장급보다는 많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권오현 부회장은 올해 상반기(1∼6월) 총 29억 원을 받았고 신종균 사장과 윤부근 사장은 각각 16억 원가량을 받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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