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자, 신흥국 채권”… 고금리-환차익 매력에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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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유동성-弱달러에 투자 훈풍… 일주일새 전 세계서 384조원 몰려
경제불안 커지면 자금 이탈 위험… “국가별 리스크 고려 신중 투자를”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국채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도 세계적인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이자수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릴 수 있는 해외 채권의 매력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12년 만에 최대 자금 유입

20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이달 1일 현재 신흥국 채권형 펀드로 유입된 글로벌 투자자금은 총 6040억 달러(약 690조3720억 원)로 집계됐다. 이후 일주일 만에 3362억 달러(약 384조2766억 원)가 추가로 설정됐다. 2004년 이후 주간 단위로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안전 자산인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 채권의 수익률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채권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투자 매력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박유나 동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신흥국 국채 투자로 높은 금리와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풍부한 유동성이 흘러들어와 신흥국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했다. NH투자증권이 미국 내의 달러화 규모와 글로벌 외환보유액 합계로 추정한 글로벌 유동성은 2014년 9월 이후 감소하다가 올 2월부터 늘기 시작했다. 이후 올 4월까지 총 1020억 달러가 증가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이 늦춰지고 있는 데다 일본과 유로존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자금이 가격 메리트가 있는 신흥국으로 꾸준히 이동해 주식과 채권에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신흥국 채권 투자, 양날의 검


문제는 신흥국에 유입된 자금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본의 움직임이 작은 충격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신흥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신흥국으로 자금이 흘러들면서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점도 신흥국의 통화정책과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신흥국 채권 투자에서도 이 같은 위험 요인이 확인된다. 2011년 국내에서 첫 판매된 브라질 국채는 올 들어 3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만 원금 대비 수익률은 아직 ―15.39%에 머물고 있다. 브라질 채권은 2014년 증권사나 신흥국 펀드 등을 통해 1조4000억 원가량이 판매됐지만 이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투자 금액의 절반가량 손실이 났던 전력도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채권은 안전 자산이 아니며 국가별로 위험 요인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며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거나 달러 강세가 다시 이뤄진다면 신흥국 채권 랠리는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
#신흥국#채권#환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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