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기고]유경준 통계청장 “제조업시대의 총아 GDP…안녕하신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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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으로 경제구조 변화기존 GDP 효용성 논란 대두
현실정에 맞는 방식 찾아야


오랫동안 경제지표의 왕이라 불려 왔던 국내총생산(GDP)은 아마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아니 억울할 것이다.

그동안 왕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자꾸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DP는 세계 경제가 현재의 위상에 이를 때까지 고비마다 큰 역할을 해 왔다.

무엇보다도 1920년대 말 세계 대공황(Great Depression)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GDP는 어떤 통계보다도 빛을 발하였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복구와 이후 경제 부흥을 이루어내기까지 GDP가 세계 경제에 기여한 공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기록에 따르면, GDP 산출은 17세기 말 전쟁 수행을 위한 국가의 경제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그 후 GDP는 대공황과 2차대전을 거치면서 대두된 실증적인 경제통계 요구와 맞물려 새롭게 조명되고, 이론과 통계적 방법론이 발달하면서 꾸준히 발전해 왔다.

하지만 최근 양적으로는 물론이고 질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GDP의 효용성을 둘러싼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GDP 측정의 양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GDP 플러스’라는 개념 도입을 제안하였다.

제조업 중심 시대에 탄생한 GDP가 서비스업으로 경제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안의 배경이다.

즉, 가사노동과 같은 무보수 일과 서비스의 질 개선 등은 물론이고 디지털 경제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우버택시나 에어비엔비와 같은 공유경제의 거래방식도 지금의 GDP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GDP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측정 방식을 변경하고 보완해 행정자료는 물론이고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빅데이터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기존의 GDP를 넘어서는 GDP2, GDP3와 같은 한층 발달된 지표의 개발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의 GDP는 삶의 질적인 측면은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찍이 GDP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이먼 쿠즈네츠도 경고한 바 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웰빙 또는 행복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을 선보이는 등 관련 논의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OECD는 11개 영역 24개 지표로 구성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작성하여 회원국 간 국제비교를 하고 있다.

우리 통계청도 2008년부터 12개 영역 81개 지표로 구성된 보다 폭넓은 국민 삶의 질 지표(Quality of Life)를 개발하여 2014년부터 서비스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제의 흐름과 구조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를 위해 국민계정에서 파생되는 위성계정에 대한 연구와 적용도 이뤄지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환경계정(SEEA), 국민이전계정(NTA), 사회계정(SAM) 등의 위성계정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통계청도 이 계정들의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통계조사자료는 물론 행정자료를 활용하여 위성계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널리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기술 발전에 따른 경제구조의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기존의 GDP 작성 방식만을 고수해서는 변화된 현실을 따라갈 수 없다.

그동안 GDP는 경제라는 강물을 건너는 나룻배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왔지만 점점 거세지고 있는 거친 물살을 더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나룻배를 개조할 것인지 새 배를 마련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빠른 고민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경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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