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저작권 지키고, 이용 돕고… 스마트 환경, e-book 시대를 열어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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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등 저작권 기술 R&D 통해 미래 대비
문화체육관광부·저작권위원회, 디지털 콘텐츠 이용 쉽도록 제도 마련


2014년 7월 미국 아마존에서는 월 9.99달러만 지불하면 아마존 제공 60만 권의 전자책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도서 시장에서도 음악과 같이 구매 후 소유의 개념보다는 저렴한 월 사용료만으로 자신이 읽고 싶은 도서들을 마음대로 대여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00년 중 후반 이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제품을 중심으로 촉발된 디지털 개인 기기의 보급 혁명은 전통적인 아날로그 방식의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면서 관련 산업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그파, 후지, 코닥 필름과 같은 대표적인 브랜드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사라져 갔고, MP3 플레이어는 소비자들의 책장에 진열되어 있던 테이프와 CD들을 골동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수천 곡의 음악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필름을 구입하여 교체해야 되는 번거로움이나 현상·인화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콘텐츠 사용편리성 점점 좋아져

이렇듯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활약에 힘입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및 사용편리성이 개선되다 보니 관련 산업의 매출 또한 변화가 발생했다. 사진 분야에서는 이미 아날로그의 매출은 의미가 없어졌으며, 전 세계 음반회사들을 대표하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으로 디지털 음악의 매출은 150억 달러로 기존 아날로그 음악 시장과 동일해졌다고 밝혔다. 디지털화의 가속화와 아날로그 시장의 감소를 감안하면 이들의 격차는 향후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도서 출판 시장은 어떨까?

2014년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8년에는 전자책 매출이 종이책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전자책 시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 도서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아마존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세계 각국의 도서 출판 시장도 가까운 장래에 음악 시장에서와 같이 전자책 매출이 종이도서 매출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EPUB 3.0 시대’에서의 전자책 도서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종이책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한 인터넷 및 SNS 기술과 맞물려 새로운 유형의 수익모델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시청각 자료 추가된 교육 콘텐츠 인기


우리는 주변에서 이미 이러한 현상의 조짐을 포착할 수 있다. 유아용 구현동화나 시청각 자료가 추가된 교육용 콘텐츠들의 제작이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자와 콘텐츠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게임을 하듯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줄거리의 방향이 변경되는 전자책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어 새로운 시장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종이책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융합과 프로그래밍 기술까지도 요구되는 복합 콘텐츠의 형태를 띠게 된다. 제작에 소요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고가이다 보니 해당 콘텐츠에 대한 보호조치가 부족한 상태에서의 콘텐츠 판매나 배포는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자가 요구하는 저작권 보호조치는 일반적으로 솔루션 제작사별로 기술이 상이하여 전자책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호하는 전자책 뷰어를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야기하여 전자책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양날의 칼로 인식되기도 한다.

‘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적극 추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는 전자책 저작권자들과 이용자들의 이러한 상충된 요구사항을 해결하고자 2011년부터 2년 동안 ‘국제표준의 EPUB기반 e-book DRM표준 레퍼런스 소프트웨어 개발과제’를 수행했고, 그 연구를 통해 보안성과 호환성 그리고 사용자 편리성을 고려한 전자책 DRM 호환기술에 대한 산업표준안을 마련했으며 이는 2014년 국가표준으로 제정 고시되었다.

국제적으로 보면 전자책 표준 포맷인 EPUB의 구현을 위해 설립된 리디움(Readium) 표준화 단체에서 리디움 LCP(Licensed Content Protection)라고 하는 DRM 표준도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위원회는 2014년부터 3년간 수행되고 있는 ‘EPUB SCP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과제를 통해 리디움 표준화에 적극참여하고 있으며, 국내의 전자책 표준을 리디움 LCP 국제표준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국내 저작권 기술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저작권 보호기술이 국제 전자책 DRM 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스마트 환경과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EPUB 기반의 전자책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기술적 우위에 따른 시장 선점을 기원한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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