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 6년 만에 최대…재정개혁 효과는 ‘의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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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15회계연도 국가결산’을 들여다보면 갈수록 악화되는 나라 곳간의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세수 펑크’에서 4년 만에 벗어나고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미래에 예상되는 부채도 줄였지만 경기 침체로 추가경정예산 등을 편성하며 씀씀이를 늘리다 보니 빚이 되레 늘어난 것이다.

● 나라살림 적자 6년 만에 최대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 지급액(연금충당부채)을 포함한 국가결산 총 부채는 1284조8000억 원, 국제 비교가 가능한 공식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국가결산 총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인 국가채무에 연금충당부채와 공기업의 부채 등을 포함시킨 것이다.

국가 살림살이 결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늘어난 점이다. 관리재정수지란 수입에서 지출을 뺀 뒤 미래를 위해 쌓아놔야 하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기금의 흑자까지 제외한 금액이다.

지난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38조 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43조2000억 원)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2010년 13조 원으로 줄었던 적자규모는 △2012년 17조5000억 원 △2014년 29조5000억 원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나라살림 적자가 커진 이유는 지난해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씀씀이를 늘렸기 때문이다. 정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1조3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공무원·군인 연금으로 미래에 지급해야 할 예상 연금액인 ‘연금충당부채’도 수급자 수가 늘어나 16조3000억 원이 증가했다.

그나마 공무원 연금 개혁이 없었다면 전체 부채규모는 이보다도 31조 원 가량 증가할 뻔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 당시 46조5000억 원 적자를 예상했던 것보다는 사정이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 재정개혁 추진 ‘효과 의문’

정부는 현 국가채무 상황이 선진국에 비해 나쁘지 않지만 향후 미래를 위해 과감한 재정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36%)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보다 낮은 나라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OECD 평균 국가채무 비율(115.2%)보다도 크게 낮다.

문제는 한국의 국가채무가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의 시행으로 복지지출은 2014년에 사상 최초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라면 2060년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57.9%까지 증가해 OECD 회원국 중 빚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된다는 게 정부 전망이다. 그나마 지금보다 복지 제도를 늘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결과다.

정부는 10%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약속했지만, 실제로 그만큼의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 빚 문제를 해결할 근본대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기초연금 인상 △구직활동비 지원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될 공약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할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박완규 중앙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 구조조정에 더해 복지지출 등 의무지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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