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 총선 공약 방치하곤 ‘예산 절감 지침’ 의미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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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17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서 정부 판단으로 대상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 예산을 올해보다 10%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전체 예산 386조 원 가운데 재량지출 예산은 204조 원이다. 여기서 인건비, 기본경비, 해외원조(ODA)를 빼면 실제로 조정 가능한 지출은 140조 원 안팎. 10%를 감축한다면 약 14조 원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재정지출 감축 목표를 구체적인 수치로 내놓은 것은 2010년 예산안 편성 때 이후 7년 만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증세도 어려운 마당에 세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작년 예산안 편성 때 각 부처 보조사업을 10%씩 감축하고 유사·중복사업 600개의 통폐합도 올해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포퓰리즘 공약 탓으로 늘어난 복지지출 같은 ‘의무지출’은 방치한 채 재량지출만 깎아선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재량지출 10% 감축 지시를 내렸지만 이행률은 1∼2%에 그쳤다.

여야의 총선 공약에는 재정건전성을 뒤흔들 내용이 많다.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70%의 노인들에게 기초연금 30만 원을 지급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100%로 올리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새누리당이 어제 발표한, 성장 촉진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이나 대학 연구개발(R&D)에 재정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재량지출 감소’와 상충될 소지가 크다. 여야 3당이 내놓은 공약을 실현하려면 4년간 더민주당 119조 원, 새누리당 56조 원, 국민의당 37조 원이 소요된다는 분석도 있다. 2012년 4월 정부가 “총선 복지공약을 모두 지키려면 5년간 268조 원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했다가 중앙선관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로 인해 올해는 정치권발(發) 선심공약의 정부 검증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은 재정지출이 따르는 법안·정책은 세입 확보나 지출 감소 방안을 함께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실행에 옮긴다. 우리도 2010년 5월부터 정부입법에선 페이고 원칙이 도입됐지만 의원입법은 정치권 반대로 빠졌다. 선거 때마다 선심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제어하지 못하면 건전 재정을 좀먹는 포퓰리즘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예산#정부#재정#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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