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늘리겠다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2곳 사업권 박탈한지 4개월 만에…
관세청, 업계에 ‘추가 허용’ 공문… 기존 사업자들 “손해 불보듯” 반발

관세청이 최근 서울 시내에 추가로 면세점 특허를 내주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요 면세점 업체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면세 사업자 2곳의 사업권을 박탈한 지 불과 4개월 만에 신규 특허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정부의 면세점 정책이 지나치게 오락가락해 관련 업계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면세점 제도 운용 방향’ 자료에서 관세청은 시내 면세점 수 확대와 관련해 “희망하는 기업이 면세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광객 증가 등 여건 변화를 감안해 적정 수준의 면세점을 추가한다”라고 밝혔다. 이 문건은 이달 4일 김낙회 관세청장과 면세점 사장단의 간담회를 앞두고 각 면세점에 보낸 것으로 간담회는 이 문건을 토대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9개 면세점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신규 사업 특허를 딴 면세점 중 신라아이파크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63, SM면세점은 이미 문을 열었으며 신세계면세점, 두산면세점은 5월 오픈할 예정이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사업권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각각 올해 6월과 5월에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면세점 특허가 추가로 나온다면 이들 업체가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면세점 관계자는 “추가 면세점 특허 부여와 관련해 롯데면세점 측은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지만 다른 면세점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너무 많은 면세점이 생길 경우 지나친 경쟁과 고객 부족으로 문 닫는 면세점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를 탈락시킨 뒤 불과 몇 달 만에 추가로 면세점 허가를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조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정책이 갈지자로 움직이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던 기업이 충격을 받고 불필요한 실업 사태까지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면세점 정책을 정부 허가 방식이 아니라 신고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관련 규제를 대폭 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국내 면세점 정책은 설치 여부를 시장에 맡기는 ‘자율화’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내 시내 면세점 규제는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2013년부터 5년 단위 허가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1980, 1990년대에는 신고제였다. 신청자의 결격 사유만 없으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어 1989년 시내 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늘었지만 이후 시장 경쟁을 통해 1990년대 들어 10여 개로 줄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16일 관련 공청회를 열어 현재 5년인 면세점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밝히는 등 향후 면세점 정책 방향을 밝힐 계획이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면세점#정부#관세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