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상헌]6차산업, 지역자원 적극 활용해야 활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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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6차산업]

채상헌 연암대 농산업 창업전공 교수
채상헌 연암대 농산업 창업전공 교수
잉여농산물의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 수출이나, 가공과 서비스산업을 연계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자는 ‘6차산업’은 어려운 우리 농업의 효과적인 돌파구이다. 1차산업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2차, 3차 산업으로 전환해 가자는 것이 아니다. 1차와 2차, 3차 산업 가치사슬 구조의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확대시키는 지역단위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한 이익을 다시 1차산업으로 순환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2차, 3차 산업은 1차산업보다 복잡한 장벽을 가지고 있다. 콩과 된장을 예로 들어보자. 콩은 품질이 좋으면 누가 생산했는지 상관없이 시세에 따라 가격이 매겨져 판매된다. 제값을 못 받는 경우는 있지만 팔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된장은 다르다. 콩보다 훨씬 더 큰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지만 아예 팔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좋은 원료를 쓰고 포장용 항아리까지 만들어 큰돈을 투자했는데 소비자들이 수입 콩을 쓰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된장을 고른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좋은 제품은 당연히 소비자가 알아볼 것이란 지나친 낙관의 결과다.

작년에 두 차례 전남 해남군의 이승희 씨(여)를 찾아간 적이 있다. 이 씨는 2001년에 암 수술을 받은 뒤 모든 화학조미료를 주방에서 없애고, 국산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을 꾸준히 먹은 뒤 완치가 됐다고 한다. 빼어난 장 담그는 솜씨에 개인적인 스토리까지 더해져 사업은 번창했다. 어느덧 이 씨는 연간 2500여 명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6차산업자로 성장했다.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통 된장의 효능을 체험했다는 스토리가 매출 증대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이 된장을 갑자기 2, 3배 소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씨의 6차산업자로서의 사업적 면모는 다음 행보에서 두드러졌다.

이 씨는 일찍이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고 직거래를 통해 수익을 높여 가는 전략을 썼다. 그는 1000여 개의 장독을 관광 상품화하고, 지중해식과 한식을 조화시킨 식단을 구성하는 등 3차산업의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남이라는 지역의 자원을 기반으로 관광업까지 연계하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필자는 최근 6개월간 우리보다 일찍 6차산업을 육성해 온 일본 농촌을 탐방하면서 미소(일본 된장)를 만들어 공급하는 식의 2차산업만으로는 힘들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방문한 소비자를 미소 짓게 만드는 농촌마을만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다. 그동안 우리는 농촌지역 안에서 여러 품목을 융·복합하는 한편 체험 교육, 치유를 결합한 서비스업을 활성화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제는 해당 지역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온 민간이 6차산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6차산업의 새로운 활로가 보일 것이다.

채상헌 연암대 농산업 창업전공 교수
#6차산업#지역자원#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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