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식품 물가 37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가장 많이 오른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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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0%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달 만에 1%대로 회복됐다.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는 완화됐지만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농수산품과 대중교통, 급식비 등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일반물가와 체감물가 간의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10년 소비자물가=100 기준)는 110.76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12월부터 11개월 연속 0%대로 내려앉아 있다가 지난해 11월(1.0%)과 12월(1.3%) 1%대로 반짝 올라섰다. 1월 0.8%로 주춤했다가 이번에 다시 1%대로 회복된 것이다.

유수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석유 제품의 가격 하락폭이 줄어든 데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라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상승했다”며 “앞으로도 국제 유가가 완만하게 오르면서 물가하락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1%대라고 느끼기 어렵다.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품목의 물가는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소, 과일을 비롯해 어패류 등 기상조건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51개 품목을 묶은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7% 올라 2013년 1월(10.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양파는 지난해 2월보다 118.6%나 올랐고, 파(83.8%), 배추(65.5%)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지난달 한파와 폭설로 농축수산물 공급이 줄어든 반면, 설 대목으로 수요는 늘어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데다 자주 구입해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쌀, 전·월세 등 집세, 대중교통 이용요금 등 142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0.9% 상승해 2014년 7월(1.4%) 이후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유가 하락에도 시내버스 요금은 오히려 9.6% 올랐고, 전세(4.1%), 월세(0.4%) 등 집세도 오르면서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했다. 음식점 소주값(11.4%)과 구내식당 식사비(4.6%)도 크게 올랐다.

서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생활물가와 신선식품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은 전체 소비심리를 악화시켜 가뜩이나 얼어붙은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전반적인 저물가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지만, 서민들은 반대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거비나 식비 등 항목의 비중을 높여 소비자물가지수가 체감물가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선식품의 경우 서민들이 자주 사는 품목이지만 전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에 그쳐 실제 물가 상승률에는 크게 반영되지 못한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정부는 올해 12월까지 생활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의 가중치를 높이거나 새 품목을 추가해 소비자물가지수를 개편할 계획이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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