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주역들 슬그머니 ‘컴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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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회장
윤종규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KB사태’의 주역들을 잇달아 계열사의 대표이사 자리로 복귀시키고 있다. 국내외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무, 전략통으로 꼽히는 ‘믿을맨’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요직으로 복귀하는 데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하지만 KB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떨어뜨린 책임자들이 1년이 지나지 않아 복귀하는 데 대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금융은 최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윤웅원 전 KB금융 부사장을 KB국민카드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윤 내정자는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 갈등에서 비롯된 KB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당시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윤 내정자는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의 편에 서서 주전산기 교체를 주도했다. 이건호 당시 국민은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가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해 극심한 내홍이 벌어졌고,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등이 모두 사퇴했다. 윤 내정자는 이 과정에서 ‘전산교체에 대해 문제 삼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민은행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내정자는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3개월 직무정지’를 받자 잠시 회장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후 금감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아 지난해 12월 사퇴한 뒤 최근까지 KB금융의 자문역으로 물러나 있었다.

윤 내정자의 복귀설은 올해 초부터 돌았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는 작업을 그가 양종희 KB손보 신임 사장 내정자와 함께 사실상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 입장에서는 대우증권 인수에 실패한 상황에서 인수합병(M&A)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윤 내정자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과거 갈등을 빚었던 세력도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KB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그는 고객정보 유출로 금감원으로부터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아 윤 내정자와 함께 물러났다.

박 사장은 특히 서강대 외교학과를 나와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바 있다. 그가 6년간 서금회를 이끌었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라는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다만 올해 KB캐피탈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박 사장이 영업력을 제고하고 조직의 체질을 개선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금융당국은 KB사태 주역들의 귀환에 대해 다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경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임원으로 선임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면서도 “금융당국이 회사 고유의 경영권 행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임원을 선임할 때 징계 이력도 참고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신민기 기자
#kb사태#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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