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하산’ 산업은행장이 대우조선 부실 해결 가능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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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원에 가까운 손실을 감춘 대우조선해양에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산은)이 다음 주부터 경영관리단을 파견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대우조선은 숨겼던 부실이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유동성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총차입금이 20조 원인 데다 올해까지 1조20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 경영관리단은 부실 자회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해 대우조선발(發) 위기를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지분 31.5%를 지닌 최대 주주이면서도 지금까지 회사 경영에 깜깜했던 산은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계 조선업계 불황과 해양플랜트 사업의 손실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고 삼성중공업도 영업이익이 80% 줄었다. 대우조선은 유일하게 45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도 산은은 그냥 지나쳤다. 산은 부행장 출신이 5년 이상 대우조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으면서도 부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산은의 관리 능력이 부족하든지, 봐줬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이던 STX그룹도 2조3000여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고, 산은이 최대 주주인 대우건설도 4000억 원대 분식회계 의혹으로 금융당국의 감리를 받을 만큼 산은이 관리하는 기업마다 문제가 불거졌다.

대우그룹 해체로 2000년 산은에 인수된 대우조선이 ‘주인 없는 회사’처럼 된 것도 사실이다. 사장 인사는 산은도 아닌 청와대가 직접 한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그러니 사장은 회사의 장기 발전보다 임기를 무사히 넘기는 일과 ‘정치권 줄대기’에만 신경을 쓴다. 이번 부실도 전임 고재호 사장이 연임을 위해 실적을 부풀렸다가 올해 5월 정성립 사장이 취임하면서 빅 배스(big bath·과거 부실을 한꺼번에 드러내는 것)를 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산은 홍기택 회장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내려온 교수 출신이다. 실무 경험이 없는 그가 산은을 장악하지 못하다 보니 국책은행으로서 산업 구조조정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이 많다. 어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산은의 대우조선 실사가 끝나면 산은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부실과 은폐에 전 경영진의 불법성이 없었는지 밝히는 것은 물론이고, 눈 뜨고 대우조선 사태를 방치한 산은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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