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수입차도 ‘뻥연비’?… 주범은 강화된 연비측정 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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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연비 논란

최근 강화된 환경기준인 유로6에 맞춘 수입차들의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떨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BMW의 소형차인 118d의 주행 모습. BMW코리아 제공
최근 강화된 환경기준인 유로6에 맞춘 수입차들의 연비가 기존 모델보다 떨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출시된 BMW의 소형차인 118d의 주행 모습. BMW코리아 제공
최근 수입차들이 신차를 출시하면서 기존 모델보다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불러온 ‘뻥연비’ 논란이 수입차 업계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환경규제를 강화한 유로6 때문이라는 설명부터 수입차 업체들이 과거 지나치게 연비를 부풀리다 한국 정부의 측정 기준이 강화되자 발을 빼고 있다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급성장한 수입차 연비의 논란을 짚어봤다.

‘뻥연비’ 논란의 수입차

최근 수입차 연비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폴크스바겐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골프 1.6TDI 모델이다. 9월부터 적용되는 환경규제인 유로6에 맞춰 들어온 신차의 연비가 L당 16.1km로 기존(18.9km)보다 15%가량 낮아졌기 때문이다. 높은 연비로 인기를 끌던 골프1.6 모델은 현대차의 해치백 모델인 i30(L당 17.3km)보다도 떨어지게 됐다. 두 모델 모두 1.6L급의 디젤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사용하는 등 파워트레인 조합이 같다.

일단 새로 나온 골프1.6은 차체 무게가 기존보다 4kg 늘어난 1339kg이고 타이어의 크기는 같다. 다만 엔진 세팅이 조금 달라져 최고출력이 기존보다 5마력 높아진 110마력이다. 연비가 15%나 떨어진 이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골프 외에도 연비가 뛰어난 차로 평가받던 프랑스의 푸조도 신차가 출시되면서 연비가 추락했다. 푸조 ‘308 1.6 디젤’은 기존의 L당 18.4km에서 16.2km가 됐다. BMW의 ‘118d’ 역시 L당 18.7km에서 17.4km로 하락했다.

해당 업체들은 이에 대해 “새로운 엔진 변속기를 달았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차로 비교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로6가 범인?

일부 수입차 업계는 연비 하락을 “유로6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유로6는 기존의 환경규제인 유로5보다 질소산화물배출량을 9분의 1 수준으로, 분진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다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해야 한다.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관계가 거의 반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로6 때문에 연비가 줄었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물론 저감장치를 달면서 연비가 소폭 낮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큰 폭의 연비 하락이 저감장치 때문이라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실제 유럽 등에서는 유로6에 맞춰 나온 모델의 연비가 기존과 거의 차이가 없다. 국내에선 15% 하락한 골프 1.6 TDI의 유럽 모델은 연비가 기존과 같다. 국내에선 7% 하락한 BMW 118d도 유럽기준으로 L당 22.7km에서 유로6 모델은 25.0km로 오히려 향상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국내형 모델이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델과 타이어 사이즈나 일부 편의장치가 다를 수는 있지만 이렇게 큰 연비 차이를 보이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깐깐한 한국식 주행저항값이 원인

자동차업계는 수입차의 연비가 갑자기 떨어진 원인을 결국 강화된 연비측정 기준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에서 연비 측정을 위한 새로운 안이 나오기 전까지 수입차 업체들은 브랜드가 속한 나라에서 측정해 정한 주행저항값을 그대로 써왔다. 가령 골프 1.6 TDI는 기존에는 독일에서 측정된 주행저항값을 기본으로 연비를 측정했다. 주행저항값은 자동차가 달릴 때 받는 공기저항과 도로의 마찰을 수치화한 것으로 연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정한 주행저항값이 유럽 등 다른 나라 보다 깐깐해 이를 적용하면 같은 성능의 차라도 연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유로6를 적용한 신차를 내놓으면서 연비가 향상된 것은 기존의 유럽차들이 이미 적용한 DCT나 정차 중에 일시적으로 엔진이 꺼지는 공회전방지장치(ISG)와 같은 기술을 잇달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들어가지 않는 기존의 현대차 차량들은 향후 새로운 기준이 적용된 연비 측정에서 연비가 낮아질 수도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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