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車 23개 공장중 부산이 인건비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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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갉아먹는 ‘인건비 쇼크’… 한국 생산기지 매력 잃을 우려

닛산 ‘로그’ 수출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르노삼성자동차에 ‘인건비 쇼크’가 닥쳤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인건비가 르노의 프랑스 공장 인건비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면서 르노그룹 내 14개국 23개 승용차 공장 중 가장 인건비가 비싼 공장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GM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하면서 이 회사 국내 4개 공장이 모두 제너럴모터스(GM)에서 ‘고비용’ 공장으로 편입됐다. 자동차 생산 5위국인 한국이 자동차 생산기지로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르노그룹 내 최고 인건비

9일 르노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상두빌, 두에, 플랭 등 르노그룹이 가동 중인 프랑스 내 대표적인 승용차 공장 3곳의 인건비 평균을 100(유로화 기준)으로 봤을 때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106이었다. 사상 첫 추월이다. 2013년 7월 부산공장 인건비는 프랑스 공장 3곳 평균(100) 대비 81에 그쳤었다. 르노그룹에서 프랑스 공장 인건비가 가장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부산공장이 르노에서 가장 인건비가 비싼 공장이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부산공장이 기본급을 3.7% 인상한 것과 최근 1년 6개월간 유로화 대비 원화 가치가 약 20% 상승한 점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올해 임협 요구안에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포함 △정기상여금을 기본급 대비 500%에서 600%로 인상 △기본급 20만 원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QM3’를 생산하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은 2013년 7월 프랑스(100) 대비 인건비가 70이었으나 올해 1월엔 69로 하락했다. 국내 공장 인건비가 바야돌리드보다 53.6%나 비싼 셈이다. 한때 도산 위기에 처했던 바야돌리드 공장은 2009년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통해 임금을 동결했고 주문이 밀리면 평일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주말에도 출근을 했다. 그 결과로 QM3 물량을 유치했다.

르노삼성차는 구조조정, 부품 공용화, 원가 절감 등으로 효율성을 높여 지난해 닛산 로그 수출물량 연간 8만 대를 유치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2013년보다 29.6% 증가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추가 수출물량을 유치해야 할 시점에 인건비가 오르면 확보한 물량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 한국GM 4개 공장 모두 ‘고비용’ 공장

한국GM은 2013년 중비용 공장에 속하던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이 고비용 공장에 편입되면서 지난해 국내 4개 공장이 모두 고비용 공장에 속하게 됐다. 제너럴모터스 해외영업본부(GMIO)는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의 30여 개 공장을 고비용·중비용·저비용 공장으로 나눠 물량을 배정한다.

한국GM 공장들이 고비용 공장이 된 것은 이 회사가 지난해 3월부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성과일시금과 기본급을 인상하면서 생산직 인건비가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인건비는 2010∼2014년 5년간 42% 상승했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과 성과일시금 1300여만 원(기본급의 500%)을 요구했다. 최근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70.8% 찬성률로 가결됐다. 현대자동차도 한국 공장의 인건비가 높은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현대차 평균연봉은 9700만 원으로 1억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올해 노조는 기본급을 7.84% 인상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2013년 말 기준 차량 1대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HPV)은 27.8시간으로 해외 8개국에 있는 현대차 공장 중 가장 길어 생산성도 떨어진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 한국GM은 GM의 글로벌 생산기지와 경쟁해야 하는데 인건비가 상승하면 물량을 뺏길 수밖에 없다”며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 공장의 경쟁력이 상승한 데다 GM이 호주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는 만큼 두 회사는 인건비를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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