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어디에 더 줄까”… 드론이 척척 찾아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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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접목한 첨단농업기술 확산

26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금화친환경재배단지’에서 농민들이 드론을 날리고 있다. 특수 장비가 장착된 이 드론은 비료작물인 헤어리베치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파악한다. 농민들은 헤어리베치의 생육 정도에 따라 논에 추가로 뿌려야 할 비료량을 산출해 고품질의 쌀을 생산한다. 농촌진흥청 제공
26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금화친환경재배단지’에서 농민들이 드론을 날리고 있다. 특수 장비가 장착된 이 드론은 비료작물인 헤어리베치가 얼마나 자랐는지를 파악한다. 농민들은 헤어리베치의 생육 정도에 따라 논에 추가로 뿌려야 할 비료량을 산출해 고품질의 쌀을 생산한다. 농촌진흥청 제공
“우웅∼.”

26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금화친환경재배단지’. 보라색 꽃이 만발한 너른 밭에서 드론(무인비행장치)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순식간에 250m 높이에 다다른 드론은 사방으로 날면서 밭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보라색 꽃은 ‘헤어리베치’라는 비료작물이다. 스스로 질소를 생성해 저장한다. 모내기 전에 이 작물이 심어진 논을 갈아엎으면 토양이 비옥해진다.

문제는 논에 질소가 적정량만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헤어리베치가 많이 자라 질소가 충분한데도 질소 비료를 더 주면 오히려 모가 잘 자라지 않는다.

이날 드론의 임무는 특수 촬영장비를 이용해 헤어리베치에서 반사되는 근적외선을 분석해 헤어리베치의 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드론과 무선으로 연결된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파란색과 녹색 점들이 나타났다. 파란색이 짙을수록 질소 비료를 더 줘야 한다는 뜻이다.

농부 김약수 씨는 “기존에는 눈대중으로 판단해 질소 비료를 줘서 벼의 품질이 고르지 않았다”며 “드론 촬영을 통해 언제 얼마나 비료를 줘야 할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되면서 고품질의 쌀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차 산업인 농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하는 ‘똑똑한 농업’이 확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론 빅데이터와 광학기술을 드론에 접목해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농부를 대신할 농업용 로봇을 개발하는 등의 움직임이 이어지는 중이다.

드론은 비행 설정에 따라 150∼250m 높이로 띄울 수 있다. 위성이나 무인비행기보다 가까이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농업 현장에서 드론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넓은 지역에서 재배 중인 작물의 생육 정도를 분석해 농산물 출하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홍석영 연구관은 “드론을 이용하면 개별 농가가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소규모 경작지에 비료를 뿌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업에 드론을 활용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증가세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은 최근 “2015년은 미국 농업에서 드론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업용 드론 사용이 사업화된 경우도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인 에리노브(Airinov)는 광학 장비를 장착한 드론을 이용해 작물의 생육 상황을 정밀 분석해 농가 3000여 곳에 ‘빅데이터 처방전’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농진청을 중심으로 농업용 로봇 개발도 잇따르고 있다. 농가 인구가 고령화되고 농촌 노동력이 부족한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김매는 일은 고되지만, 이를 대신할 제초용 로봇이 등장했다. 위성항법장치가 달려 있는 이 로봇은 벼가 심어져 있는 줄을 감지한 뒤 스스로 주행하면서 제초작업을 한다.

농진청이 개발한, 과일이나 채소 모종을 접목하는 로봇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차세대 세계 일류 상품으로 선정했으며 현재 수출까지 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수박과 고추 토마토 등의 접목 작업을 사람보다 16배나 빨리 처리한다. 이 로봇은 현재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전 세계의 농업용 로봇 산업은 2020년 191억 달러(약 21조13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로봇과 드론 등을 이용한 스마트 농업을 적극 육성해 농업 개방 본격화에 대응하고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abc@donga.com / 서천=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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