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통화정책” vs 서머스 “재정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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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처방 유효성싸고 온라인 설전… 한국선 韓銀 “재정” 기재부 “통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최근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두고 설전(舌戰)을 벌여 화제가 됐다. 버냉키 전 의장이 이번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자신이 편 주장의 근거를 설명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공은 버냉키 전 의장에게서 나왔다. 그는 3월 31일 특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브루킹스연구소 홈페이지에 개설한 블로그에 ‘왜 금리는 이렇게 낮은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최근의 저성장은 금융위기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만성적 수요 둔화와 투자 감소 등으로 경기 침체가 구조화되는 ‘구조적 장기 침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의견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다음 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버냉키에게 보내는 답장’을 게재했다. 그는 “나도 미국과 선진국들이 장기 침체에 처했다는 나의 생각이 틀렸기를 누구보다 바란다”며 “그러나 대다수 국가의 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등 저성장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엇갈린 진단은 상반된 대책으로 이어졌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저금리, 양적완화 등 통화 정책이야말로 효과적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서머스 전 장관은 “양적완화와 저금리는 단기적 처방에 불과하다”며 “재정지출을 늘려 수요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 개혁과 구조조정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저성장을 극복하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논쟁은 한국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는 한국은행이 재정정책을, 기획재정부가 통화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꾸준히 양적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에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은 단기 거시정책”이라며 재정정책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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