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떠난 테헤란밸리에 제2 벤처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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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지원센터 잇달아 열어

국내 스타트업·벤처 업계에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주변은 ‘테헤란밸리’로 통한다. 1990년대 닷컴 열풍, 2000년대 벤처 붐까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네이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다음카카오), 엔씨소프트, 넥슨, 안철수연구소(현 안랩) 등 국내 벤처 1세대는 모두 테헤란밸리에서 첫발을 뗐다.

이 테헤란밸리가 국내 ICT 산업 성장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메카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ICT 공룡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 ‘구글 캠퍼스 서울’이 8일 개소한 데 이어 네이버도 21일 ‘D2 스타트업 팩토리’의 문을 열 예정이다.

창업지원센터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디캠프, 아산나눔재단의 ‘마루 180’도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네트워크를 맺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도 기술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팁스(TIPS) 캠퍼스’를 테헤란로 인근에 조성 중이다.

○ 테헤란밸리에 네이버 구글도 가세

벤처 1세대 네이버가 문을 여는 ‘D2 스타트업 팩토리’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 지원 공간이다. 네이버는 이곳을 통해 원천기술이나 개발 역량을 가진 초기 단계의 테크(Tech) 스타트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네이버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지난해 개발자 행사인 ‘데뷰(DEVIEW)’에서 “네이버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중장기적인 지원과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첫 결과물인 셈이다.

네이버 측은 “D2 스타트업 팩토리에서 스타트업 투자, 입주 공간 제공, 멘토링 및 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며 “개발자들이 지식을 나누고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개발자 세미나 등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과 기술 인재 양성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네이버가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시아 최초로 개소한 구글 캠퍼스 서울은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for Moms)’ 프로그램은 육아로 인해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참여하기 힘든 20∼40대 여성이 아기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창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엄마’를 대상으로 기획됐다.

○ 2세대 벤처 붐 내 손으로

서울 이 지역의 주요 기업 사이에서는 ‘탈(脫)테헤란밸리’ 바람이 불었다. 벤처 1세대는 몸집이 불어나 대부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 등지로 빠져나갔고, 삼성SDS, 삼성중공업,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들도 비싼 물가와 임차료, 교통 체증 등을 피해 사옥을 이전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지원센터가 테헤란밸리에 자리를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강남권에는 벤처 1세대가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시작해 수백, 수천 명의 기업으로 큰 곳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당시 만들어졌던 벤처 투자사 등 관련 인프라의 영향이 아직도 유효하다. 최근 스타트업뿐 아니라 ICT 업계 관련 정보는 모두 테헤란밸리로 몰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 자신의 손으로 ‘2세대 벤처붐’을 이끌고 싶어 하는 젊은층의 문화가 다양한 트렌드를 이끄는 강남의 문화와 맞아떨어져 테헤란밸리에 스타트업 생태계가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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