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중립성 의심 안타까워… ‘소통부족’ 비판이 가장 아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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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韓銀총재 취임 1년 간담회
“내수 부진이 경기회복 속도 막아”… 성장률 전망치 4월 하향 시사

다음 달 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총재는 지난 1년을 편하게 돌아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이날 사진 촬영을 사양했다. 사진은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때 모습. 동아일보DB
다음 달 1일로 취임 1년을 맞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총재는 지난 1년을 편하게 돌아보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며 이날 사진 촬영을 사양했다. 사진은 올해 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때 모습. 동아일보DB
“한국은행에 대한 비판은 한국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온 것이다.”

다음 달 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동안 자신을 향해 쏟아진 화살들을 정면으로 받아쳤다. 기준금리 결정 등 한은의 통화정책을 놓고 각계에서 훈수와 지적이 쏟아진 데 대해 중앙은행의 수장(首長)으로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이 총재는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의 정책 대응에 대해 그 시기나 강도, 소통 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이 나오는 것을 잘 안다”며 “이는 우리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앙은행의 책무나 통화정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앙은행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를 내다보며 정책을 펴기 때문에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다른 경제주체에 비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또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하는데 그 효과가 바로 안 나온다고 해서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제로성장에 직면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과감한 정책이 없다고도 비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은의 금리 결정 전에 영향력 있는 곳에서 사전에 방향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언급은 신중해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의심받는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로 했다.

이처럼 이 총재가 외부의 비판에 작심하고 대응에 나선 것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중심을 못 잡고 계속 정부나 정치권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준다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할 때부터 국민과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중앙은행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임기 초만 해도 “금리 조정 2∼3개월 전에는 시장에 신호를 주겠다”면서 “금리의 방향은 인상 쪽”이라고 하던 이 총재가 7월에 태도를 갑자기 바꾸더니 다음 달 금리를 내렸다. 또 9월 호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 총재와 만나 “금리는 ‘척하면 척’이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총재의 신뢰 이미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달 금리인하 때는 독립성 논란과 함께 “소통 부족”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당시 안팎으로 금리인하에 대한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었지만 전문가 대부분이 동결을 예상했던 터라 ‘깜짝 인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총재는 이날 이에 대해 “지난 1년간 가장 아픈 게 소통에 대한 비판”이라며 “다만 우리가 당초 봤던 대로 경제가 흘러가지 않아서 원활한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가계부채 문제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가능성,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 등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해서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했다. 이 총재는 “전체 가계의 종합적인 자산·부채 구성을 봤을 때 가계부채가 대규모로 부실화돼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로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저유가 등을 봤을 때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갈 가능성도 낮다는 게 일관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예상은 9월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현재 3.4%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 달 내릴 방침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이 경기회복 속도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소통#간담회#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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