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모든 정보가 공짜인 세상, 유토피아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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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많은 페이지를 보여주는데 집중한 서비스들은 모두 도태되거나 뒷전으로 밀려났다. 제품 홍보를 원하는 기업이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든, 물리적인 공간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의 패러다임은 끝났다. ―오가닉 미디어(윤지영·21세기북스·2014년) 》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데 집중하다 도태된 대표적 사례로 소개된 것은 ‘마이스페이스’다. 저자는 2008년을 기점으로 마이스페이스는 페이스북에 밀렸다고 말한다. 마이스페이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 이들은 ‘싸이월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잊혀진 싸이월드와 마이스페이스, 승승장구하는 페이스북의 차이는 개방성이다. 전자인 두 곳은 서비스 이용자가 만든 공간을 일일이 방문해야 했다. 폐쇄적인 전략이 핵심이었던 셈. 페이스북은 데이터가 맘껏 외부로 유통되고 확산되게 했다. 어디를 여행하는지 무슨 음악을 듣는지, 이용자들의 생활은 페이스북을 매개로 다른 인터넷 공간과 연결된다.

페이스북처럼 이용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소통의 도구가 책의 제목인 ‘오가닉 미디어’다.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는, 유기체처럼 살아있는 미디어란 의미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다수에게 전달하는 매스미디어와는 상반되는 개념이다. 오가닉 미디어에서는 개개인이 미디어 그 자체다.

오가닉 미디어의 확산은 이 글을 쓰는 기자를 포함해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변화이기도 하다. 오가닉 미디어의 기반인 인터넷 공간에서 정보는 점점 공짜가 돼 가고 있다. 매스미디어 구성원들은 일단 정보가 공짜라는 걸 인정하기 싫다. 내가 축적한 정보를 공짜로 줄 바에야 일부라도 돈 받고 파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날 보러 와요’란 식의 미디어는 어느덧 생명이 다했다. 향기만 좋으면 벌이 찾아줄 거라 믿는 꽃이 되기보다 꽃이랑도 나비랑도 바삐 소통하는 ‘슈퍼 벌’이 돼야 하는 시대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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